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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조폭 마누라> 스타일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2003-10-04

<로빈슨 표류기> 배우 양귀매

양귀매가 부산에 다시 왔다. 그녀는 "솔직히 언제 왔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그 때보다 활기 있고 풍부해졌다"고 놀라워한다. 그녀로부터 <애정만세>에서 20분간 울어대던 도시의 그 슬픈 여자를 상상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활력과 매력으로 양귀매가 이끄는 인터뷰.

-차이밍량과 많은 작업을 했었다. 이번에 린쳉솅과 작업을 해보니 어떤 차이가 있던가.

=사람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그 둘은 성장배경도 다르다. 그래서 영화를 찍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한 가지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진실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영화를 찍는 방식에서의 그 차이란?

=차이밍량과 <애정만세>를 작업할 때는 감독이 정해 놓은 공간에서만 연기를 한 반면 <로빈슨 표류기>에서는 정해지지 않은 공간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인물과 실제로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장소를 돌아보았다.

-<애정만세>로 부산을 찾았을 때 후반부 우는 장면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만큼 힘든 장면이 있나?

=이번데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남자 주인공 첸상치와 술에 취해서 우울하게 나무 밑에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린쳉솅 감독이 요구한 건 실제로 술을 마시고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술 알레르기가 있어서 맥주병에 술을 따라내고 와인을 조금 넣어 마셨다. 한 두어 모금 마셨는데, 정말로 취해서 일어나질 못할 정도였다. 촬영이 끝나고, 카메라가 모두 이동하고, 감독이 됐다고 했는데도 계속 그러고 있었다. 정말 취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그 장면은 굉장히 좋았다.

-당신의 언어로 이번 영화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차이밍량과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예를 들면 영화의 마지막에 왜 결과가 없이 흐지부지 끝나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실제로 고독이나 상실감을 느낄 때면 ‘아, 그때 그 장면의 심정과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영화 역시 결말이 없어 보이지만 그 감정은 몇 년 뒤에 당신들도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차이밍량과 작업을 많이 했으므로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이강생이었다. 친솅치와 연기하며 달라진 점은.

= 큰 차이는 없다.

-다른 점이 있다. 친솅치가 더 잘생겼다.

= 하긴, 만약에 내가 극중 인물이라면 절대로 이강생과는 사귀지 않을 거다. 이건 정말 극중 얘기다.(웃음)

-<구멍> 이후 <더블비전>까지 4년 동안 영화작업이 없었다. 이유는.

=일반적으로 지금 대만의 영화감독들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자기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지난 4년 동안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도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그 4년 동안 줄곧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만을 했다.

-그렇다. 당신에게는 ‘아름답지만, 외로운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런 이미지가 왜 심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 생활은 안정적이고 풍족하다. 내가 정말 내 영화 속 인물의 상황이라면 답답해서 죽을 것이다. 나는 직설적이고 활기차기 때문에 마음에 고민이 있을 때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털어버리는 성격이다. 그런데 감독들이 나에게 항상 요구하는 것은 고독하고 말도 없는 그런 역이다. 하지만, 진짜 내가 그렇다면 아마 질식사할거다.

-차기 계획은?

=앞으로 찍고 싶은 영화 스타일이 하나 있다. <조폭 마누라>다. 굉장히 가볍게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자매지간의 정, 비록 조폭과 조폭이지만 형제간의 의리. 굉장히 가볍고 심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 그런 영화를 찍어 보고 싶다.

-이강생은 이번에 감독으로 부산에 왔다. 당신은 어떤가.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도 감독이 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연기를 하는 생활이 만족스럽다. 적어도 배우를 하면서는 이 인물 저 인물을 하며 누릴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감독을 한다는 건 누리고 즐긴다기보다는 자기의 인생을 투자해야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감독이 되면 여러 방면으로 공헌을 해야 하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나는 자유롭고 싶다.

글 정한석 / 사진 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