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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4] <영 아담 (Young Adam)>, <아버지와 아들 (Father and Son)>
2003-10-02

<영 아담 (Young Adam)>

월드 시네마/ 영국/ 2003년/ 94분/ 감독 데이비드 맥킨지/ 오후 8시 대영1관

1950년대를 배경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삶에 대한 기대를 빼앗긴 한 청년의 부조리한 삶을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되면 더딘 물살을 타고 한 여성의 시체가 떠내려온다. 한데 이상한 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바지선의 인부 조의 표정은 매우 불편해 보인다.

그와 함께 바지선에서 함께 생활하는 선주 레스와 아내 엘라의 분위기 또한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바지선의 위의 세 사람과 강물 위의 시체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영 아담>은 50년대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사이를 오가는 석탄 운반 바지선 위와 조의 과거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금은 석탄 더미 속에 모든 꿈을 묻어버린 듯 보이지만, 조는 한때 소설가를 꿈꿨던 청년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캐시라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조의 꿈을 짓밟아버렸고, 그는 여러 여성과의 섹스에 탐닉할 뿐이다. 섹스는 탈출구를 찾지 못한 조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보인다. 어느날, 그 여성을 살해한 범인이 잡혔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초조한 모습의 조는 법정을 찾는다. 스코틀랜드의 ‘비트 제네레이션’ 작가 알렉산더 트로치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조는 ‘비트 세대’이면서도 잿빛 강물에 눈 멀어버린 스코틀랜드의 뫼르소로 나타난다. 푸른빛의 화면 속에서 이완 맥그리거가 펼치는 대담한 노출과 섹스신은 조의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엘라 역의 틸다 스윈튼, 레스 역의 피터 뮬란 등 다른 배역의 연기 또한 훌륭하며, 토킹헤즈 출신 데이비드 번의 음악도 적막한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올해 에딘버러영화제에서 최우수 영국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글 문석

<아버지와 아들 (Father and Son)>

월드 시네마/ 네덜란드,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2003년/ 84분/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 오전 11:00 대영3관 10월3일 오전 11시 대영3관, 5일 오후 8시 대영2관, 10일 오전 11시 메가박스3관

몽환적인 이미지와 영적인 역사관으로 세상을 그리는 영화의 화가 알렉산더 소쿠로프가 <어머니와 아들>의 후속작으로 <아버지와 아들>을 만들었다(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유사점은 별로 없는 편이다). .

그는 <러시아 방주>를 완성한 후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극단의 미학까지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소쿠로프가 이미지의 독약을 마시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역사에 대해서 말할때 소쿠로프에게는 우회의 논리가 있다<스톤>과 <몰로흐>가 그렇다. 그러나 미학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성을 쌓은 사람이 소쿠로프이다. 소쿠로프는 다시 <어머니와 아들>의 소재를 가져왔지만, 그 미학의 해답만큼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찾고 있다. 벌거벗은 아버지와 아들의 반오이디푸스적 관계. 혹은 들뢰즈가 보았다면 살의 윤리와 감각의 논리에 대해 증거삼았을 첫 장면부터 그 대구를 이루는 마지막 장면까지 쉴새없이 영화는 지속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마음의 풍경을 한없이 느리고, 기우는 이미지로 표현해냈던 <어머니와 아들>과 달리 <아버지와 아들>은 스타카토의 템포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형과 아우같은, 또는 동성의 연인같은 아버지와 아들. 아들의 여자친구는 그 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가고, 아버지는 끝내 아들을 떠나보낸다. <아버지와 아들>에는 등줄기를 건드릴 만한 사건이 없다. 여기서는 이미지가 곧 사건이다. 소쿠로프의 영토에 들어서면 정신을 잃는 즐거움이 있다.

글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