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컬러, 134분감독 신상옥출연 신영균, 신성일, 김동원, 주증녀, 한은진EBS 10월5일(일) 밤 11시
지난 5월 칸영화제에 한국 감독으로선 최초로 신상옥 감독의 1961년작 <상록수>가 회고전 작품으로 상영되었다.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지난해와 달리 경쟁부문이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한국영화가 초청받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 뿌듯함이 있었다. 조금 세심한 분은 기억하겠지만, 원래 칸에선 <연산군>과 <폭군 연산>을 3시간으로 재편집한 영화를 상영하려는 계획을 가졌다가 현실적인 이유로 <상록수>가 상영되었다고 한다. 사실, 신상옥 감독은 몇해 전 부산에서 이 얘기를 하며 제3의 <연산군> 편집에 대한 희망에 차 있었다. 이 노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월탄 박종화의 <금삼의 피>가 원작인 영화 <연산군>은 <성춘향>과 함께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60년대 초반의 대표적인 사극이며, <성춘향>의 대성공 이후 <상록수> <연산군> <폭군 연산>으로 이어지는 당시의 기록은 신상옥 감독을 한국 영화계의 거목으로 자리잡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해 제9회 아시아영화제에서 <연산군>이 미술상을, <상록수>가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연산군>은 1961년 12월31일 명보극장에서 개봉했는데, 다음해 2월에 개봉한 <폭군 연산>과는 원래 한편의 영화로 기획,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도합 상영시간이 5시간이나 되어 <연산군>은 ‘장한사모편’(長恨思母篇)이라는 부제로(한많은 자식이 어머니를 그리워한다는 뜻), 그리고 연산이 어머니를 폐위시킨 신하들을 모조리 참형시키는 이야기를 담은 <폭군 연산>은 ‘복수쾌거편’(復讐快擧篇)이라는 부제로 나누어 개봉했다고 한다. 컬러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인데도 영화의 화려한 색채와 탁월한 촬영은 ‘역시 신상옥이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연산군 역을 맡은 신영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나 철없는 세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조연을 맡은 신성일의 초기 모습 등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