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감춰질 뿐 잊혀지지 않아
심세윤 감독의 <눈>(35mm/ 2003년)은 예술과 윤리 사이의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사진작가인 아들은 아버지의 살해혐의로 수사를 받는다. 아버지의 죽음을 촬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죽음을 방조했다는 혐의다. 아들은 수사 도중 역시 사진작가였던 아버지의 미발표작을 보게 된다. 아버지 역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출생의 비밀을 깨닫게 된다. <눈>은 작가의 정체성으로 작품에 몰두해야 하는 것과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것 사이의 갈등과 혼돈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미진 감독의 <맥도날드 소년>(16mm/2003년)은 섬세한 영화이다. 한 임신부가 병원에서 어떤 소년을 만난다. 그 소년은 맛나게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곧 태어나게 될 아이가 착한 녀석이라고 말해준다. 임신부는 그 소년을 통해 잊고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과거의 아픈 상처는 잊혀지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찾아온다. 그러나 <맥도날드 소년>은 아프기보다는 예쁘고 섬세하게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그리고 새로 태어날 아기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비틀스의 <Michelle>과 함께….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