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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볼코미디의 고전,하워드 혹스 감독의 <연인 프라이데이>
권은주 2003-10-01

국내스타덤/김남진

His Girl Friday, 1940년감독 하워드 혹스 출연 캐리 그랜트 EBS 10월5일(일) 낮 2시

스크루볼코미디? 이 용어는 친숙하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역사에서 코미디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몸으로 치고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슬랩스틱’코미디가 그중 하나다. 슬랩스틱이란, 광대들이 소도구로 사용하는 막대기를 칭한다. 코미디언들이 무대에 올라 서로를 가볍게 때리곤 하는 도구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서 슬랩스틱코미디는 육체를 응용하는 코미디 장르다. 반면 스크루볼코미디는 좀더 현대적이다. 가벼운 몸싸움도 가끔씩 있지만 주요한 것은 입씨름이다. 누가 잘났는지 한번 끝까지 겨뤄보자는 것이다. 이 코미디 장르는 흥미롭게도 성(性)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 남녀주인공들이 칼과 총을 대신해 서로의 입을 무기 삼아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연인 프라이데이>(영화는 <여비서>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알려졌다)는 1940년대 스크루볼코미디의 고전이다.

<연인 프라이데이>에서 주인공은 어느 이혼한 부부 커플이다. 한쪽 진영엔 신문사 편집장인 월터, 다른 진영엔 여기자 힐디가 포진하고 있다. 영화가 막을 올리면 힐디는 전남편인 월터에게 한 가지 포부를 밝힌다. 재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것. 약이 오른 월터는 지지 않고 계략을 꾸미기 시작한다. 그는 큰 취재 건수를 힐디에게 제안하고 그녀가 열심히 일하도록 격려한다. 사실, 재혼을 막아보자는 심산이다. 처음에 별 의욕을 보이지 않던 힐디는 사건에 개입할수록 프로 정신이 되살아나고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서게 된다. <연인 프라이데이>는 스크루볼코미디의 걸작이다. 영화는 두 가지 전선을 명확하게 긋는다. 하나는 신문사 기자라는 일의 영역, 나머지는 이혼했지만 가슴 한켠에선 불씨가 남아 있는 사랑의 영역이다. 처음에 힐디라는 여성은 가정의 영역에서 안주하려는 자세를 보인다. 곧 전세는 역전된다. 전남편의 계략에 말려들어 불타는 직업정신이 되살아나는 것. 조금씩 힐디는 월터의 계획에 포섭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완전한 실패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것은 일의 영역에서 월터와 힐디가 그야말로 최고의 파트너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터와 같은 취재의 현장에서 둘은 설전을 벌이면서도 척척 호흡이 맞는다. <연인 프라이데이>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향한다. 결별했던 남녀는 재결합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모호함은 있다. 가벼운 입맞춤을 뒤로 한 채 이들은 다시 일의 영역으로 뛰어든다. 이 숨막히는 사랑/취재의 현장을 영화는 잠시의 휴식없이 한 호흡으로 스크린에 새겨놓는다.

<연인 프라이데이>는 하워드 혹스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는 평소 “영화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근사한 장면 몇개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라는 지론을 전하곤 했다. 그럼에도 미국 영화사에서 혹스 감독의 영화는 장르영화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갱스터인 <스카페이스>(1932), 필름누아르 <빅 슬립>(1946), 서부영화 <붉은 강>(1948), 스크루볼코미디인 <연인 프라이데이>에 이르기까지 혹스 감독은 다양한 장르의 걸작을 만들었다. 극단적 영웅주의를 담은 그의 영화들은, 할리우드영화의 전범에 해당하는 것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