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을 본 적이 있는가
이번주에는 세편의 개성있는 해외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단편부문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영국 단편 <침묵의 랩퍼>(DEF/ 감독 이언 클락/ 35mm/ 2003년/ 영국)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창각장애인 토니는 래퍼가 되는 게 꿈이다. 벙어리인 그가 랩을 한다고 하자 친구들은 물론 어머니조차 그에게 동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창각장애인의 랩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침묵 속에서 보여준다. 수화(手話)로 펼쳐지는 토니의 랩은 환상적이며, 가슴 뭉클하다. 장애인이라고 하지 못할 것은 없다. 어떻게 자기식으로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침묵의 랩퍼>는 그런 단순한 사실을 용감하게 보여준다. 토니는 내가 너희들하고 다른 게 뭐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남들이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은 즐겁다.
브라질에서 만든 <팔린드롬>(Palindromo/ 감독 필립 바신스키/ 35mm/ 2001년/ 브라질)은 마지막에서 시작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영화다. 시퀀스별로 나누어서 일어났던 일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필름이 거꾸로 돌아간다. 그래서 한 남자의 하루가 어떻게 꼬이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극단적인 실험이 흥미롭다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