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영화다.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쓸데없이 선정적이며, 알 길 없이 장황하고 무엇보다도 야무지게 아무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특징은 사람들을 무뇌아로 만든다는 것이다. 액션, 폭력, 사운드, 화염, 슬로 비디오, 경찰, 마약, 쿠바 마약 대장. 이 모든 항목들은 바로 그 무뇌아적 상상력에 필요한 장식품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상상력도 이 정도로 스트레이트하면 때로 감동적이라는 점. 밀고 나가려면 이 정도 밀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흥분은 때로,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오는 것. 할리우드는 그걸 이용하고 나는 흥분하다가 이용당하여 무기력해진다.
개인적으로 이 액션영화의 O.S.T를 기대했던 것은 영화 때문이 아니고 순전히 O.S.T 자체의 힘 때문이다. 1995년에 나온 <Bad Boys> 첫편 O.S.T도 질적으로 훌륭한 힙합, R&B를 담고 있었다. 당시 최고 주가를 올리던 워런 G, 투팍, 베이비페이스, 걸출한 여성 래퍼 다 브렛, 노터리어스 BIG 등이 참여하여 동쪽 힙합과 서쪽 힙합의 베스트, 메인스트림 R&B의 가장 세련된 쪽을 모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매된 <나쁜 녀석들2>의 O.S.T는 전편보다 훨씬 더 화려하다. 힙합 팬들은 이 라인업 자체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라고나 할까? 우선 배드 보이 레이블의 대장 퍼프 대디(P. Diddy)가 오프닝 트랙 다음의 본격적인 노래를 여는데 그건 그렇다 치고 거기에 레니 크레비츠가 피처링을 넣어주고 있다. 퍼프 대디의 냉혈한 랩과 레니 크레비츠의 독특한 샤우팅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다음 트랙에서는 제일 잘 나가는 래퍼 중 하나인 제이-지가 나선다. 그러더니 다음 트랙은 넬리와 퍼프가 함께하고 그 다음 트랙은 퍼프를 닥터 드레가 피처링해주고 있다. 최근 섹시함을 맘껏 발휘하고 있는 비욘세의 선정적인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스눕 도기 독, 저스틴 팀버레이크, 거기에 지금은 세상을 뜨고 없는 노터리어스 BIG까지 들어 있다. 한판에! 이 호화 라인업이 어떻게 한판에 모였지? 물론 방법은 너무 간단하다. 돈 많이 들이면 된다. 딱 그거 한 가지밖에는 없으나 대단하긴 대단하다.
확실히 퍼프 대디는 정이 잘 안 가는 래퍼이긴 하지만 프로듀싱 능력은 비상하다. 처음에 이름들 때문에 손이 갔던 것을 듣고 나서 후회하게 하는 쓰레기 같은 트랙이 거의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잘 모았다. 안배도 좋다. 동쪽, 서쪽, 갱스터적인 노래, 섹시한 노래, 정통 R&B(저스틴 팀벌레이크의 트랙) 등등 골고루 적당하게 배치하고 있다. 사운드도 내추럴한 힙합 특유의 정갈함과 요즘 유행하는 일렉트로니카적 신선함을 적절히 배합했다. 한마디로 ‘최신’ 힙합 사운드다.
기세가 죽을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계속하여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힙합은 음악적으로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포자 번식을 한다. 록, 일렉트로니카 등의 요소요소를 잡아먹으며 자라난다. 조금 나쁘게 표현하면 요즘 유일하게 전세계에 창궐하고 있는 음악적 질병이라고나 할까. 영화와 프로모션도 완전히 따로 가는 이런 O.S.T는 그 창궐의 메카에서 지금 어떤 음악들이 득세하며 호령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앨범이다. 앨범을 듣고 있는 사이, 영화는 어느새 잊혀져간다. 내가 무슨 영화를 봤지?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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