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t Obscur Object De Desir, 1977년감독 루이스 브뉘엘출연 페르난도 레이EBS 9월6일(토) 밤 10시
초현실주의 대부의 기발한 유서
루이스 브뉘엘의 영화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다. <자유의 환영>이라는 영화에선 점잖은 사람들이 변기 위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달루시아의 개>에선 어느 여인의 눈이 칼로 도려지는 오프닝이 충격적이다. 논리적 설명을 뛰어넘어 자유로운 영상실험을 하는 것이 브뉘엘 감독의 영화세계였다.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브뉘엘 감독의 유작이다. 생애 마지막으로 만든 영화에서 초현실주의 영화의 대부격인 이 감독은 기발한 장난을 준비했다. 한 캐릭터를 두 여배우가 연기하는 것. 콘치타라는 캐릭터를 안젤라 몰리나, 캐롤 부케라는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고 있다. 한 여배우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촬영한 뒤 다른 여배우가 불쑥 등장해 콘치타로 분하는 식이다. 로버트 스탬은 “이 영화는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며 관객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내러티브적 특징으로 지적했다.
영화는 마티유라는 어느 남자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가 자신의 처지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마티유는 늙었지만 부유하다. 그는 기차에 오르기 전 어느 여인의 머리에 물을 퍼붓는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해명하기 시작한다. 중년의 마티유는 집에서 하녀로 일하는 콘치타 때문에 속이 상해 있다.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콘치타가 거부하는 것. 마티유는 콘치타의 어머니까지 자신의 편으로 만든 뒤 콘치타를 연인으로 만들지만 그녀는 성적 관계를 거부한다. 그럼에도 콘치타는 마티유의 속을 태우려는 듯 다른 남자들과 자유롭게 만난다. 이후 마티유와 콘치타의 밀고 당기기는 계속된다. 앞서 논했듯 <욕망의 모호한 대상>의 여주인공은 둘이다. 아름다운 여성 때문에 욕정을 주체할 수 없는 마티유라는 남자는 두 여성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콘치타, 제발…”이라고 설득하기도 하며 때로는 협박하기도 한다. 이것은 참 이상한 풍경이다. 여성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대상이 한 사람이 아닌, 하나인 것처럼 보이는 둘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어쩌면 영화에서 ‘콘치타’라는 인물은 현실감이 박탈된 대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욕망의 노예가 된 어느 늙은 남자가 애타게 갈구하는 여성은 그저 사랑과 욕정의 추상적인 비유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브뉘엘 감독의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코믹한 풍자극이자 삶의 씁쓸한 비애가 섞인 영화로서 기억된다.
영화에선 기이한 풍경이 하나 더 있다. 마티유와 콘치타가 만나는 장소 근처에선 늘 도발적인 일이 생긴다. 그것은 총격전일 때도 있고 폭발사고일 때도 있다. 폭력사건이나 테러다. 정치와 문화, 종교 영역을 넘나들면서 신랄한 비난이 섞인 영화를 만들었던 브뉘엘 감독은 <욕망의 모호한 대상>에서 한 남자의 우스꽝스런 성적 탐색전을 테러행위와 등치시킨다. 사랑은 예측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테러’다. 그것은 브뉘엘 감독이 남긴 최후의 유서 비슷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