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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다구요?캐릭터의 강렬함 덕분이죠! <바람난 가족> 배우 백정림

빨래 돌리다 시간 남으면 야한 비디오 보면서 자위하기. 팬티스타킹 차림으로 벌거벗은 남자 몸 위에 올라 몸 부비기. 수컷은 모두 칭얼대는 애라면서 토라진 남자를 불러세워 안아주기. <바람난 가족>에서 유부남인 변호사 영작(황정민)을 품어주는 사진작가 연은 어찌보면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오해를 살 수 있을 만큼 자유분방한 여자다. 백정림(25)을 단번에 사로잡은 매력도 바로 그 점이었다. 카메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십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돌이켜보면 “캐릭터와 조우했을 때의 강렬함을 촬영 내내 잊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임상수 감독님 영화가 워낙 세잖아요. 시나리오 받아보기 전부터 마음 단단히 먹었어요. 근데 이거 있죠. 유부남과 놀아나는 거야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잖아요. 근데 연이만큼 자기 강단이나 주관이 뚜렷한 캐릭터가 있나요? 연이는 남자를 주도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죠. 그게 절 잡아끌었을 거예요.”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첫발을 내디디는 여배우에게 노출은 적잖이 신경 쓰이는 일. 그럼에도 그는 초짜배우답지 않게 “벗는 게 아니라 무얼 얼마나 리얼하게 표현할까” 하는 고민에 휩싸였다고 말한다. 그런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상대배우였던 황정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컸다. “자상한 분이에요. 구박하는 듯한 말투긴 한데 현장에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여러 가지 제안을 던져주시는데 막막한 제 심정이나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됐죠. 어떤 기사에선 제가 베드신을 리드했다고 가십을 썼는데 그거 완전히 잘못된 거예요.” 전주에서 찍었던 베드신은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 “시나리오는 이래요. 영작의 몸 위에서 연이 핥듯이 애무한다 정도로만 되어 있거든요. 근데 그게 그 유명한 꼬리뼈 섹스신이에요.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그 장면만 찍었는데,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아파 혼났어요.” 다음날 친구에게까지 허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했을 만큼 힘들었다는 그이지만, 자신의 촬영 분량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 검은 파카를 껴입고서 스탭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스탭들이 저보고 배우가 그 꼴이 뭐냐고 여러 번 핀잔을 줬어요. 만날 똑같은 옷 입고 봉두난발하고 나갔으니까.”

<바람난 가족>의 일원이 되기 전까지, 백정림은 카메라 앞에 서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혹시 연극무대 출신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있지만 무대에서 조명을 쐬 본 기억도 없다. 친척의 소개로 2년 정도 연극연출 하는 이로부터 트레이닝을 받은 게 전부다. “오디션에서 뽑히고 나서 감독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거든요. 왜 뽑았냐고. 근데 웃으면서 딱 한마디 하셨어요. 인간성이 좋아서 뽑았다고. 하하. 털털하고 걸걸한 성격 덕 좀 본 거죠.”대학 입학 뒤 한달도 채 안 돼 “학교 가기 싫다”며 막무가내로 중퇴한 뒤 부모님으로부터 온갖 구박과 회유와 협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안 하고 움츠러들었다는 그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재미없는 애였고, 연기를 시작하기까지 유별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맘속으론 뭔가 표현해보고 싶다는 꿈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던 것 같다”고 입문 배경을 설명한다. 욕심이 크면 발걸음은 언제나 게을러 보이게 마련. “좀더 자신감이 배어나왔어야 했는데 하는 장면이 많아요”라고 말끝에 여러 번 아쉬움을 다는 그는 언젠가 “푼수나 여전사나 덜 예뻐도 좋으니 좀처럼 잊기 힘든 이미지를 풍기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기다림 끝에 한컷을 낚아올리는 희열을 잊지 못하는 한 그 또한 언젠가 자신의 꿈을 길어올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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