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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시작했소만‥,`다모폐인`들이 쏟아진다

벽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강아지 사진 개벽이를 통해 ‘개벽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디씨인사이드는, 그뒤로 네티즌의 독특한 문화를 대표하는 사이트로 인정을 받고 있다. “대략 아햏햏하오”라는 말을 통해 ‘아햏햏 신드롬’을 만들었고, 독특한 옛날 말투인 ‘하오체’를 퍼뜨렸으며, ‘힛갤’, ‘뷁’, ‘압박하다’, ‘쌔우다’, ‘방법하다’, ‘원츄’ 등의 단어들을 보편화했던 것. 심지어 최근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안티-문희준을 대변하는 ‘무뇌충’이라는 단어도 디씨인사이드를 통해 탄생했다. 그 밖에도 디씨인사이드에서는 너무나 많은 신조어들이 자연스럽게 쓰여지고 있어, 그 해설을 묻는 질문들과 대답들을 인터넷 지식검색 사이트들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90년대 초반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의 채팅룸에서 ‘안냐세요’와 같은 이른바 통신언어가 만들어져 주목을 끈 이후로, 사이버 공간에서 그렇게 단기간에 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친 예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네티즌들이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공개하는 디씨인사이드의 원래 목적과는 상관없이, 그러한 새로운 문화에 빠져드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매일같이 디씨인사이드에 접속해 새로 올라온 사진에 리플을 달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며, 그들은 스스로를 ‘아햏햏을 수햏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햏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약간의 자조를 섞어 스스로 ‘디씨폐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그것이 또 다른 인터넷 문화인 ‘폐인’문화 확산의 시발점이 되었다. 나우누리 게시판에서 삶을 불태우는 ‘나우폐인’, 지식검색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지식폐인’ 등이 그 대표적인 예들.

그런데 최근 ‘다모폐인’이라는 세력이 급격히 세를 늘리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다모폐인이란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사극 <조선 여형사 다모>에 빠져들어 있는 사람들. 그들의 주무대는 드라마의 공식 홈페이지다. 그 홈페이지의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 가보면 <다모>에 대한 수많은 의견이 올라온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대부분이 <다모>에 대한 절대적인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게시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방영을 시작한 지 한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25만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는 사실과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말투를 흉내낸 이른바 ‘다모체’의 게시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형성된 이른바 다모폐인의 이야기는 급속도로 언론에 주목을 끌었고, ‘모 아나운서도 다모폐인임을 시인했다’ 등의 기사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다모폐인’ 증서의 소개 페이지

<다모>에 대한 가상신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성 좌포청 신보’

<여름향기> 공식 홈페이지

그러한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폐인되기에 누구보다 놀라면서도 좋아했던 것은 바로 드라마의 제작진과 홈페이지 운영진들이었다. 그들은 다모폐인들을 위해 스스로 ‘하오체’를 사용하면서 독특한 서비스들을 선보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홈페이지의 다모 이모저모 코너에 만들어진 ‘<다모> 명장면, 명대사 토씨달기!’ 놀이다. 이 놀이의 본질은 드라마의 한 장면을 제작진들이 제시하면, 다모폐인들이 그 장면에 걸맞은 토씨를 다는 것. 이 놀이의 핵심은 다모폐인들 스스로 촌철살인의 토씨를 올리고, 다른 폐인들이 올린 토씨를 읽으면서 강한 중독성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이들에게 이른바 ‘다모폐인 증서’를 나누어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장안의 모든 다모폐인들은 들으라. 상감께서 그대들 충심을 갸륵히 여겨, 다모폐인 증서로서 친히…’라는 소개들을 보면, 다모폐인으로서 다운받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다.

한편 이런 공식 사이트에 이어 다양한 팬사이트들도 활발히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지난 8월6일 첫선을 보인 ‘한성 좌포청 신보’라는 이름의 인터넷 가상신문이다. 디자인은 간단하지만 기사 형식의 글과 관련 사진까지 그럴듯하게 동원해놓아 진짜 신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 하지만 이 신문의 진짜 백미는 실려 있는 기사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이다. ‘다모와 황보윤의 불화설’, ‘사주패 강간미수 사건’ 등 그 제목들도 아주 자극적이다. 이 가상신문을 재미있게 본 드라마의 조연출 PD가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 실로 대단하오. 낭자의 기지와 정성에 탄복했소. 내부의 우리 스탭들 모두 염주를 굴리며 감동의 삼천배를 시작했소”라는 추천 글을 올리면서 관심이 폭주해, 현재 5호까지 발행된 상태다.

<다모>에 대한 네티즌팬들의 이러한 호응은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여름향기>와의 인터넷 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여름향기> 홈페이지의 가상뉴스 이벤트가 대표적인데, 일주일 만에 1천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예제로 올라온 ‘송승헌 손예진 여름향기 O.S.T 함께 부른다’라는 제목의 가상뉴스를 비웃듯, 네티즌들은 ‘손예진 몰래카메라에 동참해 PD를 황당하게 만들다’, ‘<여름향기> 촬영중지? 급비상!’ 등 엽기적인 가상뉴스들을 생산해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다모>나 <여름향기>를 들러싼 이러한 현상이 대다수의 시청자들보다는 말 그대로 소수의 폐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 <다모>의 예상을 밑도는 시청률도 그렇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현상들이 주목받으면 받을수록 시청률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향후 시청률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 분명하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다모> 공식 홈페이지: http://www.imbc.com/broad/tv/drama/damo

다모 팬 카페: http://cafe.daum.net/mbcdamo

한성 좌포청 신보 사이트: http://myhome.naver.com/fsmali

<여름향기> 공식 홈페이지: http://summer.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