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화학 사장 강만식은 외계인임에 틀림없다. 외계의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불타는 청년 병구는 강만식으로부터 음모를 자백받아 낱낱이 분쇄하겠다는 창대한 계획을 세우고 납치극을 벌이며, 이제 폭소와 쇼크와 공포와 아찔함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팽팽한 게임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며 올해의 가장 중요한 데뷔작으로 부상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정성스럽게 꾸며진 타이틀로 출시되었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편안히 앉아 완성본만을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이 타이틀을 통해서 또 다른 영화 체험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스크린 뒤에 숨어 있는 제작진들과 스턴트맨들, 조연배우들에게 골고루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세심한 배려와 더불어 미술, 특수분장·분장, CG 담당스탭들의 꼼꼼한 해설, 삭제된 총 9개의 장면들, 평범하고 뻔한 문답형 클립이 아니라 팬클럽 회원들의 예측불허 기발한 질문에 성의껏 답하는 배우들의 인터뷰, 소문난 재간꾼 장준환 감독의 육성까지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