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카메라(Peeping Tom) 1960년
감독 마이클 파웰
출연 모이라 시어러
<EBS> 8월17일(일) 낮 2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욕망>(1966, 이 영화는 <확대>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다)은 어느 카메라 사진기사에 관한 영화였다. 어느 공원을 찾은 이 사진사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풍경을 찍는다. 나무들과 바람, 그리고 조용한 정적. 사진작가에게 당시 풍경은 어느 한낮의 일상일 뿐이다. 그런데 사진을 현상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사진사는 의도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촬영했음을 뒤늦게 안다. 누군가의 살인사건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욕망>은 미스터리 구조가 흥미로우면서 카메라의 시선과 권력의 문제를 다뤘다. <죽음의 카메라> 역시 유사한 점을 공유한다. 원제인 <피핑 톰>(이는 엿보기 좋아하는 호색가를 뜻한다)으로 알려진 영화는 스릴러의 고전으로 대접할 만한 가치가 있다.
<죽음의 카메라>는 어느 불행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어린 시절 학대를 받으면서 성장했고 지금은 영화사 촬영기사로 일한다. 마크는 이따금 아르바이트로 여자들의 누드사진 찍는 일을 한다. 마크는 어린 시절 불행하게 자랐는데 심리학자인 아버지의 실험대상처럼 키워진 것이다. 이후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여성을 살해하면서 피해자가 느끼는 극도의 공포심에 집착한다. 희생자에게 자신의 최후를 미리 알리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헬렌이라는 여성과 가까워지면서 마크는 갈등을 느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회의한다. 그뒤 경찰이 마크의 행방을 추적한다. 관음증, 다시 말해서 타인을 엿보면서 흥분을 느끼는 성도착증에 관한 영화로 <죽음의 카메라>는 자주 언급된다. 영화의 서사는 단순하다. 타인을 죽이는 일, 그중에서도 살인을 하면서 같은 장면을 촬영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의 범죄행위를 나열하는 것이다. 마크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누군가를 촬영하면서 어느 순간 삼각대에서 날카로운 칼날을 노출한다. 그리고 상대를 찌른다. 여기서 영화는 마크의 시점으로 이동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피해자가 어떻게 희생당하는지 보여준다. 이후 장면은 마크가 촬영한 장면을 작은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이러한 장면의 연속은 영화의 제작과정과 동일하다. 즉 카메라-인물-관객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경로를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제작과정이나 영화적 자기반영성의 영역에서 볼 때 <죽음의 카메라>는 컬트 대접을 받기에 충분하다.
마이클 파웰 감독은 왕성하게 활동하던 당시보다 이후 후배감독에게 칭송받았다. 마틴 스코시즈 같은 영화감독은 존경하는 선배 중 한 사람으로 파웰 감독을 지목할 정도다. <검은 수선화>(1947)와 <분홍신>(1948) 등 파웰 감독은 색채가 화려하고 비주얼 감각이 예민한 영화를 만들었다. <죽음의 카메라>는 파웰 감독의 대표작이자 페미니즘 이론진영으로부터 호된 비판과 공격을 받은 불운한 영화이기도 했다. 여성을 관음의 대상으로 격하시켰다는 비판이었다. 영화에서 살인자 마크의 변태스런 아버지로 잠깐 출연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마이클 파웰 감독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