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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seoul 2003) [1]
김현정 2003-08-08

애니 천국으로 떠나보아요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8월12일 개막, 하이라이트 7

8월12일부터 6일 동안 열리는 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영화보다도 빠르게 시대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축제다. 지혜로운 성찰을 들려주는 혹은 이미지 그 자체로 다가오는 거장들과 함께, 올해의 SICAF는 빠르게 변하는 감각과 기술을 본능적으로 받아들인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년보다 참가작이 크게 늘어난 인터넷 애니메이션, 한몸으로 붙어 있다가 분리된 TV&스페셜과 커미션드(광고와 게임, 뮤직비디오 영상), 프랑스의 젊은 작가들이 토해낸 만화가 한여름의 서울을 질주할 작품들. 코엑스로 집중된 상영관과 전시장은 관객을 떠돌게 만들었던 6회까지의 오류를 극복하고 보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열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SICAF 공식 경쟁부문에 참가한 장편은 다섯편.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방문하는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외에 <하늘 왕국의 전설> <맥덜의 인생> 등 해외에서 검증된 수작들이 있지만, 발견하는 기쁨은 단편의 몫이다.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첩첩스>, 심각한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낸 <죽음과 맞서는 법>, 실사처럼 선명한 <끝없는 응시> 등이 눈에 띄는 단편. <동물농장>으로 영국 애니메이션의 기둥을 세운 존 할라스와 <알레그로 논 트로포>로 거장의 반열에 선 브루노 보제토는 오마주와 회고전 형식으로 관객을 만난다. ‘패밀리 스퀘어’를 만들고 아기자기한 전시회를 준비해 가족 관객을 겨냥한 SICAF지만, 성인 팬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미 한번 상영 불발을 겪은 바 있는 <메조포르테>를 비롯한 성인애니메이션이 그것. 스머프와 아톰, 80, 90년대 한국 만화 주인공들을 초대하는 전시회 툰 파크(TOON PARK) 역시 아이들은 모르는, 어른만을 위한 여름선물이다.

올해 SICAF를 찾는 손님들 중 눈에 띄는 이름은 서극. 그는 한 가지 재료로 드라마와 만화책, 애니메이션 등 여러 상품을 생산하는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짜기 위해 프리마켓인 SPP에 참석한다. 12편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사업을 벌이는 SPP는 이성강 감독의 <천년여우 여우비> <탱구와 울라숑> 극장판 등을 골라냈다. SPP가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SICAF의 야심. 아직 초등학교 입학 연령도 되지 않은 SICAF지만, 올해는 가장 바쁜 해가 될 것도 같다.글 김현정 parady@hani.co.kr·편집 심은하 eunhasoo@hani.co.kr

http://sicaf.or.kr ~~~~~~> [ 상영시간표 바로가기 ]

1. 우리가 세상을 책임질 순 없다, 그러나…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Cowboy Bebop: the Movie - Knockin’ on Heaven’s Door) |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 / 일본 / 2001년 / 116분 / 공식 경쟁부문 장편

서기 2071년 화성, 트럭 한대가 폭발하면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희생된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10년 전 죽은 줄 알았던,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한 무기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빈센트. 스파이크와 비밥호의 승무원들은 현상금 300만우롱에 눈이 멀어 빈센트를 찾아나선다. 스파이크는 빈센트가 화성 전체의 운명을 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도, 자신과 닮은 그를 포기하지 못한다.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은 98년 TV시리즈의 결말을 지켜보았던 이들에게, 자신의 추억과도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배신과 죽음과 사랑을 지우고 살아남은 스파이크, 기계팔과 흉터로 자신을 가린 제트, 20세기에 살았던 기억을 잃어버린 페이, 아버지와 헤어진 에디. 이들은 이기적이면서도 가족 같은 애정으로 동거했지만, 시리즈가 끝나면서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그 쓸쓸했던 마지막을 보상이라도 하는 듯, 스파이크와 동료들의 마음속으로 좀더 깊숙이 들어간다. “우리가 세상을 책임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명감이 아니라 숙명 때문에 빈센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스파이크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살의를 쿨한 냉소로 눌러담는 카우보이다. <카우보이 비밥>은 할리우드가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붓더라도 소유하지 못할 독특한 정서를 지닌 애니메이션이다. 극장판에 걸맞은 규모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미국쪽 지원을 받아 움직임과 액션이 좀더 매끄러워졌고, <인랑>의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오프닝 시퀀스 연출을 맡았다.

2. 이런 나라에서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군

<맥덜의 인생>(My Life as Mc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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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토에 유엔/ 홍콩·중국/ 2002년/ 75분/ 공식 경쟁부문 장편

<하늘 왕국의 전설>(The Legend of the Sky Kingdom) | 감독 로저 호킨스/ 짐바브웨/ 2002년/ 84분/ 공식 경쟁부문

<하늘 왕국의 전설>

<맥덜의 인생>

<맥덜의 인생>은 서극의 <천녀유혼>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홍콩 애니메이션이다. 만화책 그림에 색만 칠한 것처럼 엉성해 보이기도 하지만, 꼬마돼지 맥덜의 분투를 현실의 홍콩에 누벼넣어 올해 안시애니메이션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맥덜은 극성스러운 엄마 맥빙 부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학교에 가고, 운동을 하고, 회의를 잠재우면서, 맥덜은 어른이 되어간다. 프로듀서 브라이언 체는 스무명이 채 안 되는, 프로보다는 아마추어에 가까운 스탭을 모아 빠듯한 예산으로 <맥덜의 인생>을 완성했다. 맥덜의 친구들도 모두 송아지나 오리 같은 동물들이고, 짧은 꼬리를 흔드는 맥덜도 깜찍하지만, 실사촬영을 했기 때문에 가감없이 투영된 홍콩을 배경으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환상은 삶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 맥덜이 어른이 되면서 실사로 넘어가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짐바브웨 애니메이션 <하늘 왕국의 전설>도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토막토막 끊어지는 움직임, 도시의 폐품들을 모아 만든 것 같은 인형, 너무나도 간결한 셀애니메이션은 안쓰러운 느낌을 먼저 던진다. 그러나 사악한 영토 ‘언더월드’를 벗어나 하늘 왕국으로 향하는 꼬마들처럼, <하늘 왕국의 전설>도 씩씩하고 재미있게 자기 갈 길을 간다. 고아원과 금광에서 도망친 다섯 꼬마들은 먼 옛날, 이 지하 왕국이 생겨나기 이전엔 모두들 하늘 왕국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너 지상으로 나온다. 그들은 하늘 왕국의 왕이 보낸 선물을 무기삼아 험한 숲과 폭풍을 이겨내며 하늘 왕국으로 향한다. 아프리카 최초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이다.

3. 브루노 보제토 회고전

<알레그로 논 트로포>의 브루노 보제토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열심히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거장이다. 보제토는 이탈리아에선 드물게 장편애니메이션 3편을 만들었지만,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할 정도로 단편에 애착을 가졌다. 유머와 독설, 예리한 통찰, 용감한 발언이 몸을 섞는 몇분.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17개의 단편은 독설가로 이름 높은 보제토의 진면목은 물론 단편애니메이션을 향한 그의 애정까지 드러낼 것이다.

대표작 중 한편인 <메뚜기>는 풀밭 위에서 아옹다옹하는 인간들을 펼쳐놓으며 부질없는 문명을 조롱하는 작품. 인간의 몸 위에 하룻밤 문명을 건설한 모기들의 이야기인 <셀프 서비스>와 궤적을 함께한다. <미스터 타오>는 스스로 도교사상을 체화한 듯한 보제토가 깨달음을 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오륜기를 이리저리 끌어당기면서 장난을 치는 <올림픽>은 올림픽을 비열하고 폭력적인 전쟁터라고 비웃지만, CF처럼 짧은 에피소드 속에서 반짝이는 유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단편이다. 가장 최근작에 속하는 1999년작 <유럽 vs 이탈리아>는 60살을 넘긴 보제토가 여전히 신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질서정연하고 예의바른 유럽인들 뒤의 시끄럽고 말 안 듣는 이탈리아인들의 추태를 늘어놓는다. 그 자신도 이탈리아인이면서! 그러나 기나긴 커피 이름을 옹알거리는 이탈리아 국기 색깔 동그라미들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 상영되는 보제토의 단편들은 이처럼 쨍쨍거리는 듯 날카롭지만, 그가 제작한 SICAF 리더 필름은 그의 사람 좋은 웃음을 전하는 편지봉투가 될 것이다.

▶ 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seoul 2003) [1]

▶ 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seoul 200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