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이번주 방영되는 두편의 독립영화는 한여름의 나른한 정취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수상작인 임순례 감독의 <우중산책>(1994년/ 35mm)은 삼류극장에서 일하는 노처녀의 일상을 보여준다. 여름 낮 극장의 풍경은 한없이 무료하고 나른하다. 주인공 역시 무료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은 ‘누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몇몇 사람이 찾아오지만 정작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 기다림은 조바심으로 바뀌고 그녀는 혹시 하는 생각에 누군가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그녀는 비를 맞는다. 예기치 않은 ‘우중산책’ 뒤 허탈한 심정에 극장에 들어와서야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을 만난다. 기쁨이 묻어나지 않는 그녀의 표정에서 어떤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형곤 감독의 <엔조이 유어 썸머>(2000년/ 16mm)는 밴드를 그만두고 직장에 다니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매일 아침 8시, 출근버스를 타고 회사로 가야 하는 넥타이맨들과 함께 있는 주인공. 자기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지만 그게 현실이다. 밴드를 함께하던 예전 동료를 만나도 미안하고 어색한 마음뿐이다. 어느 날 아침 주인공은 출근버스에서 가발을 집어던지고 신나게 해드뱅잉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지만, 한여름의 무료함은 단번에 날아간다. 인디밴드 My Aunt Merry의 <강릉에서>는 이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