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밤 만나게 될 독립영화는 유럽의 단편이다. <이보게 친구!>(Ho!/ 감독 사무엘 램파에르트/ 2001년/ 35mm/ 7분/ 벨기에)는 세명의 노인이 등장한다. 그들은 그저 벤치에 앉아 서로 인사를 나누고, 별다른 대화도 없이 주변을 바라본다. 그들은 변하지 않지만, 주위 환경은 계속 변한다. 아무도 없던 푸른 벌판에 젊은이들이 오고, 건물이 들어선다. 낯설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벤치에 그저 앉아 있는 것뿐이다. 그것도 노인들에게는 작은 행복일 것이다. 이 짧은 단편은 말년의 노인들이 묵묵히 인생을 관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작은 행복마저 빼앗아간다. 영화 속 대사처럼 그것이 인생인가보다.
음산한 분위기의 <어떤 약속>(Una Specie di Appuntamento/ 감독 안드레아 자칼리엘로/ 2002년/ 35mm/ 22분/ 이탈리아)은 감옥SF영화이다. 주인공은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오랜 시간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로 가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기의자에 앉을 사형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들은 쉽게 의기투합한다. 탈출을 꿈꾸는 사람과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목숨을 건 약속.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도 항상 선택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신뢰도 필요하다. 이 작품은 닫힌 공간에서 긴장감 있는 연출을 보여주며, 신뢰와 선택 그리고 약속에 대해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