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朝怪談, 1970년감독 신상옥출연 신일룡, 조수현, 최지숙EBS 7월27일(일) 밤 11시
여름이면 으레 우리 곁을 찾아오는 납량특선 시리즈에 대한 ‘영화의 추억’으로 이번 여름에도 두편의 공포영화를 선정했다. 그중 하나인 신상옥 감독의 후기 공포영화 <이조괴담>은 신상옥 감독에겐 익숙한 시대인 연산군 재위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함길도 관찰사 윤필우의 여진족 처인 야화의 미색을 탐한 연산군에게 반항하여 윤필우와 야화가 죽게 되고 그 원혼이 고양이에게 옮아간다. 고양이는 연산군을 응징하기 위해 대궐에 들어가 궁녀와 군졸들을 죽이다가, 그 원혼이 결국은 요화 장녹수에게 씌여 녹수와 대전별감 김충원(신일룡)은 한판 대결을 펼친 뒤, 윤필우의 시체가 유기된 우물에 고양이가 빠져 죽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점은 야화의 원혼이 옮겨진 고양이가 실제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결정적인 장면에는 항상 고양이의 타이트숏이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마지막으로 원혼이 옮겨간 사람이 장녹수라는 점이다. 결국 악의 화신인 장녹수와 김충원의 대결로 원한을 갚고 선이 악을 물리치는 결말을 좀더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치가 되었다.
70, 80년대의 이른바 한국 B급 공포영화의 전성기(?)로 넘어가기 직전에 만들어진 <이조괴담>은 60년대와 80년대 공포영화의 전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원한에 사무친 귀신들이 피를 철철 흘리며 등장하여 기필코 복수한다는 60년대식 정서에 드라큘라처럼 목을 깨물거나 엄청난 초능력으로 악의 무리들을 응징하는 설정이 공존한다. 그러면서도 정의의 주인공이 지닌 결정적인 물건(이 영화에선 마지막신에서 그 물건이 나온다)의 힘 앞에선 굴복하고 만다는 서양 공포영화식 설정과 60년대 후반 유행했던 홍콩의 무협, 활극영화의 영향도 영화 곳곳에 보인다.
33년이 지난 지금, 이 무더운 여름에 60년대 한국의 거장이 만든 B급영화 한편을 다시 보면서 낯선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납량(納凉-시원함을 맛보는 일)의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납량특선 시리즈 두 번째 시간인 다음주에는 이유섭 감독의 <장화홍련전>(1972)을 방영할 예정이다.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