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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 찾은 인도의 영화평론가 메낙시 세데

“ 환상을 통해 삶을 잇는다 ”

누구나 놀란다. 그의 나이를 듣고는. “41살? 정말요?” 우리 기준으로 보면, 그는 아무리 늘려잡아도 30대 초반 정도의 외모다. 젊어 보이는 미모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께름칙할 수 있다. 진짜 놀라운 건 그의 박학다식과 언변이다. 그에게 영화와 관련해 간단한 질문 하나를 던져보라. 5분 정도는 거뜬히 그 사안의 역사와 관련국의 현황까지 줄줄이 쏟아낸다. 8개 질문을 던졌는데 시계는 1시간을 간단히 넘겼다.

메낙시 세데(Meenakshi Shedde)는 이번 부천국제영화제의 볼리우드 특별전을 특별히 도와준 인도의 영화평론가다. 그는 20년 넘게 영화에 대한 글을 써왔다. 동시에, 그리고 그보다 먼저 그는 저널리스트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발행부수를 기록하는 영자신문 중 하나인”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부국장이기도 하다. 애초 언론인으로 출발했던 그가 영화평론에 빠져든 건 순전히 에디터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뭄바이에서 일할 때 신문사 선배와 엄청난 싸움을 벌였다. 그와 한 도시에 있는 것조차 싫어서 다른 도시로 갔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영화평론 코스를 밟게 됐고, 무성영화 시기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일종의 큐레이터가 되어 볼리우드 특별전의 상영작을 골라줬다. 소재와 형식에서 다양한 8편을 뽑아줬으나 이것으로 볼리우드 전체를 가늠해본다는 건 어리석은 희망일 수 있겠다. 보통 1년에 800∼1천편이 쏟아져나오는 엄청난 규모가 아닌가. 지난해 942편이 제작됐으니 한국의 10배를 훌쩍 넘는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인도에는 할리우드영화가 맥을 못 춘다. 할리우드영화의 점유율은 불과 5%선. “한국처럼 스크린쿼터 같은 통제가 없는데도 할리우드영화의 점유율이 아주 낮은 건 인도영화의 힘이라고밖에 달리 설명이 안 된다. 할리우드영화는 호러, 뮤지컬 등 각각의 장르가 분리돼 발전해왔지만 인도의 영화는 이런 것이 통합된 경향을 일찍부터 보여줬다. 30년대 미국이 경제난에 시달릴 때 뮤지컬이 인기를 얻었는데 이건 일종의 현실도피였다고 볼 수 있다. 볼리우드영화도 일종의 도피이긴 하지만 할리우드와 다른 양태의 도피다. 환상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메낙시 세데는 발리우드영화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설명했지만 자신의 개인적 취향은 세련된 아트 하우스 필름이어서 발리우드영화 중에 좋다고 느끼는 건 연간 5편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리우드가 쓰레기인 건 알고 있지만 비평가로서 이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볼리우드영화가 멍청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한 장인정신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인도와 관련한 가십성 외신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마피아가 영화제작과 관련해 벌이는 소동들이다. “전체 인도영화의 15∼20%가 마피아와 관련있다고 보면 된다. <데브다스>의 제작자는 다이아몬드 거래로 돈을 벌어 영화제작을 했는데 마피아와의 관련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마피아에 살해당하거나 협박당하는 제작자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외부에 과장되게 알려지는 부분도 있다. 러시아나 홍콩에서도 마피아가 영화제작에 끼어들지 않나.”글 이성욱·사진 오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