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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채널돌리기,<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OST

내러티브, 즉 서술의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사람들은 유럽의 ‘고전 소설’을 보고 그 구조가 서술의 전형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서술은 문법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고전 소설은 ‘문법적이고 논리적’이지만 그것은 고전 소설이 태어난 ‘근대’라는 시대의 특징에 불과하다. 그러면 서술의 구조는, 다시, 어떻게 형성되는가.

간단하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극적인 삶의 구조’가 내러티브다. <미녀 삼총사2>는, 그 내러티브가, 다시 말해 지금의 미국 사람들이 겪는 극적인 삶의 구조가, <미녀 삼총사1>에서처럼, ‘TV 채널돌리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게 뭔 얘기냐. 첫째, 채널돌리기보다 극적인 것이 없다는 뜻이다. 둘째, TV 채널을 돌릴 때의 비합리성, 비논리 연쇄성, 즉 격투기를 봤다가 만화를 봤다가 오토바이 경주를 봤다가 브래지어 광고 화면을 봤다가 올드 무비를 보는, 그 채널돌리기의 비논리적이고 우발적인 연쇄성이 내러티브를 구성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미녀 삼총사>는 고전 소설이 개념화시킨 이른바 ‘내용’ 이라는 것이 없다. 채널을 마구마구 돌리는 데 무슨 내용이 있나. 그렇다고 ‘맥락’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맥락은 있다. 맥락은, 삶의 순간적인 구역들이 설정한다. 이 영화에서 그 맥락들은 누가 구성하는가. 바로 ‘음악’이다.

이 영화는 정말로 음악이 없이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영화다. 음악이 없이는 철저하게 무의미한 영화다. 맥락 때문에 그렇다. 가령 오토바이 경주장면에서는 반드시 오래된 헤비메탈이 등장한다. 그 둘의 ‘등가물’만이 사람들에게 채널돌리기와 시대의식을 동시에 생각하도록 만든다. ‘시대의식’? 그렇다. 그냥 과거에 대한 추억으로서의 의식 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스타일을 시간적으로 구획화시켜주는 것, 그것이 기억의 맥락을 형성하고 그 역할은 철저하게 음악에 한정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의 해변에서의 서핑과 비치 보이스, 노동자들의 주말과 러버 보이스 등의 끊임없는 ‘등식’들이 영화를 구성한다. 물론 그 구성법은 철저하게 혼성모방적이다. 그 등식들을 통해 과거의 것이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채널돌리기’라는 행위 속으로 복속된다. 주제가도 마찬가지이다. 윌리엄 오빗이 편곡한 테크노곡이지만 정작 그 기본 리프는 196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던 스피리트의 라는 노래의 리프이다. 사이키델릭하고 평화롭고 풍요롭던 시대의 캘리포니아 리프를 따다가 테크노 시대의 사운드와 결합시키고 있다. 이 혼성모방은, 미국인들에게는 철저하게 추억의 대상이자 현재적 놀이(다시 말해 채널돌리기)의 실천이다. 할리우드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이 대목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런 걸 보면 미국은 이제 한물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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