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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 단편영화] <장마> <地上의 방 한칸>

오래된 이성친구

<독립영화관>은 지난주부터 KBS1TV로 옮겨 밤 12시55분에 방송된다. 7월에 만나는 독립영화는 이미 방영됐던 90년대 후반 작품 중 스탭들의 추천작이다. 이미 추억이 될 만한 조범구 감독의 <장마>(1996년/ 15분/ 16mm)는 오래된 친구인 우혁과 성연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일상적이고도 무던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옥탑에서 낮술을 마신다. 그러다 우혁은 ‘그냥’ 섹스를 제안한다. 이들은 결국 섹스를 하게 되지만, 감독은 섹스에 집중하지 않는다. 섹스를 하기 전, 설렘인지 망설임인지 알 수 없는 침묵이 흐르고, 섹스 뒤에도 그들의 침묵은 계속된다. 서로 연락하라고 쓸쓸하게 헤어지지만, 이들이 다시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묘한 감정의 기복을 영화는 차분히 드러낸다. 장마철, 어딘가 찌뿌드드한 느낌의 여운을 남긴다.

김종운 감독의 <地上의 방 한칸>(1999년/ 15분/ 16mm)에는 독신이 된 중년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환경미화원이지만,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남편과 살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혼자 장을 보고, 정성스레 자신을 위한 밥상을 차려, TV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하지만 그녀는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작은 화초를 어루만지고, 등산화를 신어보며 새로운 생활을 설계한다. 자기만의 공간과 자신을 위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영화는 잔잔히 보여준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 주인공이 옥탑방에 산다는 점과 비가 내린다는 점이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