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 Can Wait, 1978년감독 워런 비티출연 워런 비티EBS 7월6일(일) 낮 2시
“만약 당신이 없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천사’가 등장하는 고전영화로 <멋진 인생>을 떠올릴 수 있다. 주인공인 조지는 엄청난 시련 앞에서 절망해 자살을 결심한다. 그래, 난 살 가치가 없는 인간이야, 라며. 사라져주지. 그런데 난데없이 천사가 나타나 조지의 앞을 가로막는다. 천사의 제안은 간단하다. 조지가 없는 세상을 잠시 엿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불행해진 가족과 친구 모습이 보인다. 다시 힘을 얻은 조지는 삶의 행복을 맛보게 된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은 미국적 공동체의 회복, 그리고 감독 개인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영화였다. <천국의 사도>는 이를테면, 뒤집힌 <멋진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죽어서 재가 되어버린 주인공과 천사의 만남.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천국의 사도>는 어느 불운한 남자의 이야기다. 팀에서 쿼터백 포지션을 맡은 조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천국으로 직행한다. 그런데 인심좋은 천사를 만난 덕에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상에서 조의 육체는 한줌 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조는 황당한 사태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다시 미식축구를 하고픈 조는 어느 백만장자의 몸으로 영혼이 들어가는 것을 제안받는다.
<천국의 사도>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판타지영화다. 너무나 전형적인 탓에 어느 면에선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석이 없지 않다. 영화는 1980년대 이후 할리우드에서 반복되었던 특정한 모티브를 간직하고 있다. 타인의 육체로 영혼이 이동하고, 초자연적 존재와의 애절한 사랑에 관한 모티브는 이후 <사랑과 영혼>이나 <영혼은 그대 곁에> 등의 영화에서 되풀이되었다. <천국의 사도>는 좀더 정통 코미디에 가깝다. 나이먹은 백만장자의 몸에 들어간 어느 남자의 영혼, 그리고 그의 아내의 외도, 여성 환경운동가와의 로맨스 등이 순차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스포츠영화로까지 비약하면서 장르혼합의 기교에 있어 재치있는 테크닉을 발휘한다. 배우이자 감독을 겸한 워런 비티가 어느 정도 상업성을 의식하고 연출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천국의 사도>는 영화배우 워런 비티의 첫 번째 연출작. <초원의 빛>(1961)과 <보니 앤 클라이드> 등으로 반항적인 이미지의 배우로서 평가받은 워런 비티는 이후 몇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러시아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레즈>(1981)는 감독의 영화적 야심을 과시한 작품이었며 <딕 트레이시>는 엉뚱한 코미디였다. 그의 최근 연출작은 정치풍자극인 <불워스>. 워런 비티의 필모그래피는 일관성을 결여한 점이 특히 흥미로운데 그중 비교적 오락성이 풍부한 영화가 <천국의 사도>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