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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에 대한 3가지 보고서 [1]

image power · something else

전지현. ‘춤 좀 추는 몸매 좋은 CF모델’은 <엽기적인 그녀>를 거치며 이제 흔들림 없는 새 세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마틸다를 닮았’던 단발머리 꼬마애는 이제 연간 5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 되었다. ‘전지현’은 한명의 배우나 모델이기 이전에 하나의 현상이다. 이는 3년 전 모든 남자들의 머리를 하얗고 노랗게 탈색시키고 우수에 찬 눈빛을 생산했던 ‘유지태 신드롬’과 같고도 또 다르다. 길 잃고 방황하던 청춘의 아이콘들은 밀레니엄과 월드컵이라는 건강한 여과지를 통과한 뒤 밝은 빛 속에 흡수되어버렸다. 81년생, 이제 겨우 23살의 대학생, 혹은 7년차 배우. 전지현의 안과 밖을 요모조모 뜯어본 뒤, 다양한 이미지와 산업적 현상을 경유해서, 마침내 본인의 직접가이드를 거쳐 탐험한 ‘전지현’이라는 신대륙. 그녀에 대한 세 가지 보고서.

Bio+Filmo

전지현

1981년 10월30일생

1997년 4월 패션지 <에꼴> 모델로 데뷔

1998년 SBS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

1999년 SBS 드라마 <해피투게더>

1999년 <화이트 발렌타인>

2000년 <시월애>

2001년 <엽기적인 그녀>

이미지 1 : 그 몸(짓)이 주는 절대매혹

“(전략)… 스물여덟의 커플 매니저, 최수주. 제 사랑엔 말도 못하고, 남들의 짝짓기에만 열을 올려야 하는 여자. … 하릴없이 남성 회원들의 서류를 한장한장 들추다 문득 낯익은 글자들이 연이어 터지는데. 이상형란에 적힌 이름 ‘전지현’.

문득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동문선배 ‘우주’가 전지현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향해 던지던 뜨거운 눈빛이 떠오르며, 그녀는 갑자기 궁금하다. 왜 모든 남자의 이상형은 전지현이지? 그래, 선배의 진정한 ‘우주’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내가 전지현이 되는 거야. 결국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그녀는 전지현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전지현의 모든 것을 분석하여, 온라인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클럽을 조직한다. 클럽의 이름하야 ‘전지현 따라잡기’.

클럽의 활동이란 먼저 전지현이 등장했던 모든 매체를 분석하며 진정한 전지현으로 거듭나는 것. CF와 드라마, 영화, 소소한 연예정보 프로그램까지 통계 및 스타일을 정리하며 차트화한다. 그리고 비슷한 외모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스타일과 말투 등 사소한 모든 것에 전지현이 되는 것. 누구 하나 인정하지 않는데도 그들은 점점 스스로에게 도취되고, 그들 사이에 최고의 찬사는 ‘어머, 너 정말 전지현 같다’가 된다…(후략)” -싸이더스HQ 시놉시스 공모작 <전지현 따라잡기> 중-

전지현이 나오는 영화나 CF를 넋이 나간 듯 쳐다보는 남자친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보면서도, 감히 “쟤가 뭐가 예뻐?”라는 반박을 내세우기 어려웠던 여자라면, “완벽한 복부근육!”이라는 찬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지오다노’ 지면광고를 펼친 채 ‘내 마음 나도 몰라’ 하염없이 바라봤던 남자라면, 한번쯤 궁금했을 것이다. 도대체 전지현의 매력은 무얼까? 그의 무엇이 우리를 빠져들게 하는 걸까? 일단,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라는 속보이는 말도, “성격이 좋은 것 같다”는 빈말도 거둬라.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렇게 조금만 솔직해진다면 들릴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가장 먼저 매혹되는 것은 바로 전지현의 몸이라는 것을. 아니 정확히 말해 그의 몸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것을.

조용한 지하철 안이 전지현의 테크노댄스 한판에 북적거린다.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 도취된 듯 춤추는 삼성카세트 ‘윙고’ CF로 불이 붙었던 그의 유연한 몸놀림은 타이트한 흰옷에 온몸을 경쾌하게 흔들어대던 ‘마이젯 프린터’ CF로 이어졌다.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에 그 광고가 복사되어 첨부되었고, 전지현은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여자’가 되었다. 그렇게 97년부터 계속해서 대중에게 얼굴을 비추었던 소녀는 한순간 현란한 테크노댄스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물론 자신은 “하루라도 빨리 그런 식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지만, 대중은 누굴 유혹하기 위함도 누군가에게 뽐내기 위함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흥에 겨워, 자신의 몸이 부르는 리듬에 따라 흔드는, 그 길고 건강한 몸이 가지는 한없는 자유로움에 단박에 매료되었다.

표정도, 움직임도 그 자체로 연기

그렇게 전지현은 입보다는 몸의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얼굴기다는 자태로 먼저 기억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는 ‘글래머’라고 불릴 만한 풍만한 몸도, 슈퍼모델처럼 길고 깡마른 몸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전지현의 몸은 육중하게 들이밀지 않고, 허약하게 스러지지 않고, 가볍고 유연하게 감긴다. 비단 172cm의 큰 키뿐 아니라, 긴 목과 긴 팔, 그리고 긴 머리에서 얇은 허리로 이어지며 물 흐르듯 휘감기며 만들어내는 그의 선은 동양배우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요즘엔 전지현의 표정이나 몸짓 하나까지 트렌디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별히 연기하지 않아도 전지현의 경우는 표정이나 움직임 자체가 그저 연기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마치 험프리 보가트처럼.”(<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감독)

그러나 이런 매력적인 몸에 대한 관심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몸을 배반하는 전지현의 얼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지현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는 ‘백지’ 같은 얼굴을 가졌다. 물론 부가설명이 필요없는 엄연한 미인인데도 불구하고 황신혜나 김희선 등이 가진 빈틈없고 숨막힐 것 같은 아름다움이 아니고 여백이 있는 얼굴이다. 나는 여백이 있는 얼굴이 배우로서 더욱 좋은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붓을 잡느냐에 따라 굉장히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이수연 감독)

말갛게 흰 피부와 뚜렷한 선이 그어지지 않는, 크지도 그렇게 작지도 않은 이목구비. 물론 <엽기적인 그녀> 때만 해도 통통히 올라 있던 얼굴의 젖살이 을 거치며 이제는 성숙한 여인의 그것에 더욱 가깝긴 해도 여전히 전지현의 얼굴은 해맑은 아이 얼굴이다. 그리고 언제라도 유연한 화가의 붓질을 기다리는 깨끗한 종이다.

매니저 육현수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지현은 “먹기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웬만해선 아프지도 않는 천상 건강체질”이다. 억지스런 볼화장 없이도 복숭아물이 천천히 번진 듯한 건강한 얼굴색과 김성수 감독의 ‘지오다노’ 광고를 찍으며 “밤을 새서 콘티에도 없는 춤을 추게 만들어도 쌩쌩하더라”는 ‘에너자이저형’ 체력은 아마 유전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녀 마음의 건강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저는… 혼자 있어도 잘 지내구요. 외로운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특히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그걸 그렇게 힘들게 생각하지 않고 제 식대로 편하게 정당화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늘 속이 편안해요.” 하여 영화 속에서나 광고에서 그가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건강하다. 그의 기쁨은 룰루랄라 ‘통아저씨춤’을 쳐보일 만큼 가식이 없고, 노여움은 한낮 대로에서 소리를 꽥꽥 지를 만큼 단번에 폭팔하고, 눈물은 예쁘게 또르르 방울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콧물이 범벅이 되고 머리가 떡질 때까지 끊임없이 흐른다. CF감독인 박명천이 연출한 <시월애>의 예고편이 본영화보다 더 오랜 잔영을 남기는 것 또한 퍼질러 한참을 울기만 하던 전지현의 솔직한 눈물 때문이었다.

전지현은 결코 세상 다 산 것 같은 허망한 표정으로 화면을 휩쓸고 다니진 않는다. <내 마음을 뺏어봐>에서 어린 자신에게 추호도 관심없는 박신양을 향해 끊임없는 애정공세를 펼치던 중국집 딸 같은 강한 생명력이 그의 속에서 여전히 펄펄 널을 뛴다. 한때 사려깊은 애늙은이들에게 한눈판 적이 있었던 대중이라 할지라도 가장 그 나이다운 생명력과 생동감으로 충만한 전지현을 보며 그 무엇도 무릎 꿇릴 수밖에 없는 강력한 젊음의 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혹시 스스로 소모된 것 같고, 고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처음을 생각하자라고 다짐해요. 물론 그런 순간이 오겠죠. 하지만 저는 제가 처음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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