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독립영화관에서는 오랜만에 브라질과 프랑스 단편을 만날 수 있다. 버스정류장을 배경으로 한 <프랑수와즈>(Francoise/ 라파엘 콘데 감독/ 2001년/ 35mm/ 브라질)는 어여쁜 ‘프랑수와즈’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버스를 기다리는 남자 옆에 앉아 어머니가 불러주었던 노래를 부르고, 어릴 적 가고 싶었던 ‘린도이와’를 떠올린다. 그녀를 시를 읊기도 하고, 함께 사는 삼촌과 여행을 떠난 오빠에 대해 이야기한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프랑수와즈는 어딘가 혼란스럽지만 매력적이고, 남자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버스를 기다리는 남자에겐 좋은 말동무이면서, 잊혀져버린 어떤 것을 생각나게 만든다. 하지만 홀연 그녀는 떠나고, 삼촌이 나타나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깨지는 남자의 환상. 그녀를 바라보는 심정은 못내 아쉽지만, 오히려 그녀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싶다.
<다음에 내리겠어요>(J’attendrai Le Suivant/ 필립 오렝디 감독/ 2002년/ 프랑스)는 전철 안 배경인 매우 짧은 작품이다. 주인공 여자는 자신을 소개하며 누군가에게 구혼을 하는 남자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기꺼이 따르지만, 남자의 말은 연극이었을 뿐이다. 상쾌한 반전과 함께 묘한 여운을 남긴다. 순간에 복받치는 감정은 그렇게 황당하게 사그라들기도 한다. 이 두편은 은밀히 연결되면서, 애정을 북돋움과 동시에 허망함을 전해준다. 쉽게 전이된 감정은 매혹적이지만, 그만큼 상처를 남기나보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