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잘 쓰시던, 지금 어린 친구들에게 쓰면 무색해져버리는 말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 내가 하리?”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코미디 <쇼 비디오 자키>의 ‘도시의 천사들’이란 코너에서 ‘밥풀때기’ 김정식과 함께 등장해 “이 나이에 내가 하리?”하며 쑥스럽게 머리를 빗어 넘기던 임하룡을 설마, 기억 못한다고 하시진 않겠지요.
당시 시청자들에게 개그맨 임하룡의 인기는 요즘 <개그콘서트>의 ‘갈갈이’ 박준형의 인기를 넘었으면 넘었지 못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81년 KBS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후 벌써 22년째 “배우로 살고 있다”는 그는 물론 ‘하룡서당’이나 ‘추억의 책가방’ 때 같은 관심은 못 받았을지언정 그 사이 신승수 감독의 <얼굴>을 비롯해 <다이닝 룸> 등의 연극무대에도 끊임없이 올랐고, 지난해엔 <내 나이키>에서 개인택시 하나 가지는 게 꿈인 가난하지만 따뜻한 가장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장진 감독의 연극 <웰컴 투 동막골>을 거쳐 올해는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장풍대작전>에 경찰서장으로 잠시 우정출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배우가 코미디를 할 때도 있고 정극을 할 때도 있는 거지, 한번도 그 일이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어요.” 그래서 가끔 ‘임하룡이 코미디를 접었다, 배우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면 참 답답할 노릇이라고 합니다.
“야간업소는 딱 몇살 때까지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웃음), 배우는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중년연기자들이 구색을 맞추기 위해 소비되는 쇼프로그램 출연은 피하지만, ‘배우’로서 살 수 있다면 코미디, 드라마, 연극,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응할 생각이라는 그는, 특히 “다양한 아버지의 초상을 그려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가 만든 유행어들은 세월 속에 바랬지만, 임하룡은 그렇게 한 사람의 배우로 ‘추억’ 속이 아닌 ‘현재’를 살아갈 겁니다. 늘 52년생 ‘젊은 오빠’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