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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음악 찾기,<니모를 찾아서> O.S.T
2003-06-19

세계의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을 이끌어가고 있는 픽사의 최신작 <니모를 찾아서>는 정말 예쁘고도 치밀한 영화다. 놀라운 정확도와 스케일, 그리고 속도감을 지닌 화려한 화면구성을 통해 픽사는 물고기들의 세계에 투영된 미국 중산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다시, 그들은 어린이들을 매혹시킬 만한 물체나 비인간의 세계에 자기네들 사는 이야기를 훌륭히 주입시킨 것이다.

사실 이 만화영화는 음악이 그렇게 많이 들리는 영화는 아니다. 음악보다 시각적인 화려함이 보는 이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음악은 영상만큼이나 치밀하고 고도로 조직되어 있다. 이 영화의 스코어를 맡은 사람은 토머스 뉴먼. 이 지면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된,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음악가 중 한 사람이다. 재미난 것은, <토이 스토리>에서 <몬스터 주식회사>에 이르는 픽사의 예전 영화들에서 음악을 담당하여 픽사 단골 음악가가 되었던 사람이 랜디 뉴먼인데, 토머스 뉴먼은 바로 그의 사촌동생이다. 픽사는 묘하게도 뉴먼가의 음악가들과 잘 통하는 모양이다.

<토이 스토리>를 본 사람이라면 이 카우보이 만화영화에서 랜디 뉴먼의 음악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잘 알 것이다. 그는 <난 너의 친구…>로 시작하는 주제가를 통해 영화 전체의 이야기 구조를 압축하고 있다. 원래 지적인 포크 싱어였던 사람답게 랜디 뉴먼의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의 힘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 반면 토머스 뉴먼은 같은 뉴먼가 사람이지만 음악을 구사하는 방식이 좀 다르다. 토머스 뉴먼이 스코어를 쓴 <아메리칸 뷰티>나 <로드 투 퍼디션> 등의 음악을 들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인데, 그는 물론 주제음악의 명쾌함도 잘 제시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 속에 속속들이 스미는 일종의 앰비언트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토머스 뉴먼의 음악은 영화의 배경에 숨어 있으면서 더 심리적인 방식으로 깊이있게 작용하는 음악이다.

<니모를 찾아서>의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물속’이다. 크게 보아 두 공간의 ‘물’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넓은 대양이고 하나는 시드니 도심에 위치한 어느 치과병원의 개인 수족관이 그것이다. 토머스 뉴먼은 일단 음악을 통해 그 둘을 구별한다. 대양의 음악은 변화무쌍하다. 대양은 아름답고 평화롭기도 하지만 빠른 해류, 날카로운 상어의 이빨, 심해에 가라앉은 오래된 배, 독을 품은 촉수를 지닌 해파리, 이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는 복잡한 공간이다. 토머스 뉴먼은 오케스트라를 거의 떡 주무르듯이 하면서 대양에 걸맞은 변화무쌍함을 음악적으로 표현한다. 대신 수족관의 그것은 ‘정지’ 상태이다. 수족관에서의 토머스 뉴먼의 음악은 거의 ‘정적’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때에는 섬세한 스트링, 그리고 사이키델릭한 신시사이저가 동원되어 분위기를 추스른다.

토머스 뉴먼의 음악은 늘 한 군데씩 튀고, 거기에서 자기 자존심을 잃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화 전체의 ‘대의’를 거스르지 않는 어떤 지점을 스스로 찾아낸다. 이번 영화에서도 전체적으로는 ‘미키마우징’의 방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터질 때 터지고, 고요할 때 고요하고 날카로울 때 날카롭고 슬플 때 슬프고…. 이렇게 일초일초 타이밍을 맞추어가며 스코어를 쓰는 일도 굉장한 노동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자주 말하지만, 영화음악은 어떨 때에는 순수한 ‘일’에 속한다. 그것이 영화음악의 매력이기도 하다. 성기완/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