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선 너무 쉽게 갑작스런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나간다. 1999년 여름 씨랜드 화재는 20명이 넘는 어린아이들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슬퍼하지만 평생 그 상처를 지우진 못할 것이다. 성보희 감독의 <Happy Birthday To You…>(2002년/ 16mm)는 씨랜드 참사로 두딸을 잃어버린 젊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슬프게 그들의 생활을 목도한다. 부인은 아이들의 흔적을 지우려하지만, 남편은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자꾸 되살리려한다. 둘의 행동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상처를 안고 있다. 아이들의 장난감과 옷가지와 습관들. 그 흔적들은 아이들의 생일이 되면 어김없이 되살아날 것이다. 그래도 영화는 그들이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힘찬 발걸음으로 보여준다. 관습적인 결말이지만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고통을 공유하려는 감독의 애정이 엿보인다.
김지연 감독의 (2003년/ DV6mm)는 실험적인 스타일의 단편이다.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 자신의 정체를 혼란스러워하는 남자. 던져지는 말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들. 영화는 혼란스럽게 기억의 편린들을 배치한다. 이런 영화에서는 재빨리 단서를 찾는 것이 열쇠이다. 하지만 게임이 아니므로, 스스로 영화를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스치듯 지나는 이미지 속에서 영화를 느끼는 것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