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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남 감독 신작,전설의 현장을 가다 [2]
이영진 2003-06-13

땡칠 아낙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영구 이게 바로 남 감독, 특유의 전매특허인 몰아찍기죠. ‘나까누끼’ 라고도 불립니다. 관중이야 저렇게 해서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의심들 합니다만, 남 감독 나중에 아낙들의 인서트 장면을 따로 찍어서 편집에서 이어붙일 것이 분명하거든요. 아니면 ‘끼약’하는 사운드로만 설정을 준다든가. 나중에 보면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진 않은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이 머릿속에 콘티를 넣어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이런 번개 작전은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죠. 남 감독은 실제로 다음날 촬영이 있으면 새벽까지 콘티 들여다보느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답니다.

땡칠 아, 그렇군요. 그런데 견학온 어린이들이 내는 소음 같은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데는 무슨 복안이라도 있는 겁니까.

영구 이번 작품은 동시녹음이긴 한데 이 장면은 나중에 후시로 처리할 듯 보입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남 감독 아예 환호성들을 따로 담아놓으라고 시키네요. 그렇군요. NG컷 모음에 넣을 작정이군요. 저, 순발력 알아줘야 해요.

땡칠 여기저기 산불조심이라는 팻말도 보이네요.

영구 남 감독이 아까 돗자리로 가리라고 했는데 아직 시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네요. 저거 보십시오. 바로, 연출부에게 정신 좀 차리라고 욕 한 사발 먹이지 않습니까.

땡칠 그러는 동안 크레인이 등장하는 엔딩장면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영구 드라큘라를 물리친 갈갈이 삼형제가 스승에게 돌아가는 도중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하늘로 뛰어오르는 장면을 스톱모션으로 잡을 듯 보입니다.

땡칠 카메라가 붕 뜨면, 아스팔트가 나오지 않을까요. 시대극인데.

영구 라스트 장면이니 어린이들이 너그러운 마음을 베풀어줄 거라고 기대하는 듯 싶네요.

땡칠 남 감독 좀처럼 의자에 앉아 있질 않는 게 신기해요.

영구 따지고보면, 앉을 시간이 거의 없어요. 왜냐면 한 배우 물러나면 곧바로 다음 배우에게 지시를 내리고, 카메라 위치도 일일이 옮겨다니며 설정해주고 그러니까 한번 불붙으면 계속 돌아다니죠. 머릿속에서 재생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일반화된 모니터조차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분이에요.

땡칠 저기 저 모니터는 뭡니까.

영구 오후 촬영에는 스턴트맨들이 대거 등장해요. 그런데 촬영 도중에 대타의 얼굴이 나오는데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걸 방지하려고 가져다 놓은 듯 보입니다. 그런데 단순 모니터 기능만 되는 것 같네요.

땡칠 수시로 유치원 아이들이 들락거리는군요. 남 감독은 촬영장 통제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영구 지난주 촬영 때의 일인데요. 카메라를 360도 돌려가며 찍는 걸 모르고, 취재 한답시고 7부바지 입고 돌아다니다가 “거기, 어슬렁거리는 현대물 비키라”고 한 소리 먹었습니다. 하하. 배우들 대부분이 한복 의상을 입고 나오니까 눈에 띈 것이죠.

땡칠 일부 극성팬들이 촬영장에 뛰어드는 일도 있을 텐데요. 얼마 전엔 견학왔다 옥동자 정종철을 발견한 한 시내 여고 선생님이 촬영장으로 난입하려다 “아이들을 지도하셔야 할 선생님이 이러시면 되냐”는 제작진의 만류에 얼굴 붉힌 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영구 촬영에 방해가 되면 불호령이 떨어지긴 합니다만, 남 감독은 비밀스럽게 찍진 않아요. 일종의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굳이 막을 필요가 있냐는 거죠. 그와 오랜 교분을 갖고 있는 서울종합촬영소의 이덕행 소장에 따르면, 비밀스레 촬영하는 팀들이 많아 실제 양수리스타디움에 견학온 관중이 대개 수박 겉만 핥고 가서 아쉬운데 남 감독 경기는 항상 오픈되어 있어 좋다고 그러더군요. 자신의 경기를 보러온 사람들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취재나온 사진기자를 불러세우고서 선수들과 함께 “우리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 보면 참 순수해요.

땡칠 배우들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네요.

영구 갈갈이 3형제가 강시, 무당, 장비 등 무림의 고수와 마을 어귀에서 마주치는 장면인데요. 남 감독 일단 풀숏으로 이들이 대면하는 장면을 잡아놓고서 카메라를 돌려가며 반응숏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하는 듯 보입니다.

땡칠 아, 그렇군요. 흡사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영구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3대면 장면의 반응숏들을 한 호흡으로 찍지 않습니까. 시계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가며 찍는 능숙한 지휘와 품새가 경기장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아니면 쉽게 힘들죠. 그러다보니 조수급 스탭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아요. 저기 보세요. “세명이 동시에 얼굴 들어가는 장면”이라고 말하면 곧바로 알아서 조명을 위에서 “확 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치고 있네요.

땡칠 이어서 세부 액션장면이 들어가네요. 아, 그런데 약간 시간이 지체되는데요. 도깨비 방망이에 칠이 벗겨져서인가요. 남 감독 가장 먼저 발견하고서 래커칠을 하라고 지시합니다.

영구 아, 그런데 어찌된 일입니까. 래커가 떨어졌다고 그러네요. 소품 담당자가 급기야 연출부에게 검은색 매직펜을 빌리고 있습니다. 방망이가 복구된다 하더라도 스턴트맨들이 수시로 등장하는 장면이라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해요. 아무래도 대역을 쓰다보면 컷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죠.

땡칠 꽤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기도 해요. 리허설 시간이 길어지는 걸 보면 말이죠. 간지가 안 나와서 답답한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요.

영구 남 감독이 이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몸맛 나는 액션장면이라면서 각오를 다지더군요. 아무리 경기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대 목표라지만, 한때 대만에서 유학하며 액션영화를 찍었던 그이니만큼 최대한 좋은 그림을 잡아내려고 할 거예요. 저거, 보세요. 리허설이지만, 뛰어올라서 대나무를 붙잡는 옥동자 대역에게 몇 차례씩 요구를 하고 있잖습니까.

땡칠 맞아요. 갈갈이 박준형도 “스피드와 경기 수준이 항상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감독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더군요.

영구 이승환도 “선수들을 이처럼 아끼는 감독이 없다”며 자신들의 스케줄까지 걱정해주는 감독에게 미안하다고 그래요. 장면마다 맘껏 개인기를 펼쳐보라며 재량권을 넘겨주기도 한다고 그러고. 촬영장 오면 마치 외갓집에 놀러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그러던데요.

남기남 감독 시방 거기서 죽치고 앉아 있는 넘들, 뭣이여?

땡칠 아, 저… 방송 상태가 고르지 못한 점 사과 드립니다. 급작스런 특별 방송 편성으로 중계는 여기서 그만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촬영에 대해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영구 남 감독의 촬영현장에는 힘 같은 게 느껴져요. 승부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죠. 진정한 영화인이죠. 그게 없었다면 그가 지금까지 버텨왔겠습니까.

땡칠 남 감독에게 내일 촬영 또한 굉장히 중요하죠?

영구 <갈갈이 삼형제와 드라큐라> 팀을 이끌고 남한산성으로 자리를 옮겨 경기를 펼칩니다. 생중계 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이번주 내로 모든 촬영이 마무리될 것 같은데, 어린이 관객을 비롯한 팬들은 극장에 영화가 걸리는 한여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눈치입니다.

남기남 감독 니네 거기서 안 비키면 모가지를 확 비틀어분다.

땡칠 말씀 감사합니다. 캐스터에 땡칠이, 해설에 영구였습니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갈갈이 삼형제와 드라큘라>는 어떤 영화?갈갈이 삼형제, 마을을 지켜라!

평화롭기 그지없는 한 마을에 돌연 기이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장정들이 죽어나가고, 아낙들이 납치당하는 일들이 벌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정든 고향을 하나둘씩 떠난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대감은 처음에는 큰소리를 치지만 무남독녀 다래가 위험에 노출될 것 같자 전국에 무림고수들을 불러 모아 경연대회를 벌인다. 그러나 무예에 능한 이들 또한 드라큘라에게 물리게 되고, 결국 이들 무림 고수들은 드라큘라의 명령을 따르는 수하가 된다. 한편, 아랫마을을 휘감고 있는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느낀 산속의 노스승은 제자인 갈갈이 3형제에게 마을을 구하라는 명을 내린다. 그러나 이들의 무예는 아직 미천한 수준. 갈갈이 3형제는 호기심에 스승이 건네준 빨강, 노랑, 하얀 보자기를 두른다. 그러자 천지개벽할 일이 벌어지는데, 준형의 앞니가 길게 돌출하더니 무를 갈게 되고, 승환의 몸은 비비 꼬여 교태를 부리고, 종철의 웃음소리는 천둥을 부르게 된다. 갈갈이 3형제에게 스승은 드라큘라와 맞서 싸울 비의를 건네줬던 것이다. 용기백배한 갈갈이 3형제는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드라큘라 무리와 대적하게 되고, 이때부터 피할 수 없는 혈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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