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세계관은 지난번 <매트릭스>보다 보수화된 느낌이다. 실재와 가상현실의 장자적 넘나듦, 그 존재론적 상대성을 바탕에 깔고 있었던 것이 전작의 매력이었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이 스스로 ‘그’(영어로는 the one)에 관한 신탁을 부정, 혹은 상대화함으로써 ‘그’에 의한 구원이라는 전형적인 서구 기독교 사상을 좇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작과는 달리 <매트릭스2>는 기독교적 목적론과 기계론적 인과론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좀 시시하다.
대신 <매트릭스2>는 물량과 속도로 재장전(reloaded)되어 있다. 엄청난 규모의 컴퓨터그래픽이 동원되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사운드는 지나치게 크고 웅장하며 날카롭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초반에 귀에 거슬렸던 그 사운드들은 점차 익숙해진다. 귀가 그 소음들에 순응하는 것이다.
음악은, 반대로, 초반에는 조금 시시하다가 중반 이후에 강렬해진다. 단적으로, 처음에는 이 정도 규모의 액션물에 어울리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동반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음악이 장중하게 흐르는 때가 많다. 그러다가 중반 이후로 스피드와 액션이 지속되면서 오케스트라의 스트링이나 브라스는 타악으로 대체되고, 그 타악은 다시 테크노의 강렬한 비트로 이어진다. 영화 중간에 지나치게 길다 싶게 나오는, 시온의 민중이 테크노에 맞추어 일종의 레이브 파티를 하는 장면이 그 터닝 포인트이다.
이것을 보면 할리우드가 어떻게 음악과 이펙트를 포함한 사운드 트랙을 다루는지 잘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사운드 이펙트로 사람들의 귀를 조지고 나서 그것으로 귀가 말을 듣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음악으로 조진다. 처음부터 음악이 너무 강렬하면 거기에 너무 귀를 빼앗겨 내용이 안 들어오게 된다. 처음에는 일단 흐르는 음악을 배경에 깔아놓는다. 귀를 길들이는 일은 시끄러운 이펙트들이 맡아서 한다. 그 다음, 이펙트가 귀에 거슬리지 않을 무렵부터 음악의 데시벨을 키워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것이다. <매트릭스2>는 감각체계를 부드럽게 따라오게 하기보다는 강제로 길들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보이지 않는 강요이자 심하게 말하면 폭력이다. 한번 길들면 이 이하의 데시벨의 소음은 이제 시시해진다. 할리우드 액션물들이 아편과 비슷한 것은 그 때문이다.
오리지널 스코어는 1편과 마찬가지로 돈 데이비스가 맡았다. 그는 올 겨울 나올 완결편인 3편과 <애니매트릭스>에서도 음악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리지널 스코어의 사이사이로 들리는 과장된 록 사운드와 하우스 비트 또한 <매트릭스2>의 매력 가운데 하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마릴린 맨슨이 O.S.T에 참여했다. 이번에 참여한 곡은 <This Is a New Shit>. 또 매트릭스의 단골 손님 중 한팀인 레이지 어갠스트 더 머신의 노래에서도 한곡이 발췌되었다. 그 밖에 과격한 신 메탈 음악을 펼치는 데프톤즈, 이런 유의 액션영화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로브 좀비, 신흥 LA 메탈의 젊은 선두 린킨파크 등이 사운드 트랙에 참여했다. 또 대표적 하우스 뮤지션의 한 사람인 오켄폴트 역시 파워풀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