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근무 중 이상 무!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군사문화의 잔재 아래 놓여 있고, 그것을 떨쳐버리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신현정 감독의 <각잡는 남자>(2003년/ DV6mm)는 군에서 제대한 지 이틀째 되는 사내가 집에서도 군인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경쾌하게 담아낸다. 남자는 자신이 군대에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곳이 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영화 속 남자는 시종일관 ‘각’을 잡고 있지만, 정작 영화는 각이 덜 잡혀 있는 느낌이다.
강경훈 감독의 <기억, 발꿈치를 들다>(2003년/ 16mm)는 기억과 꿈과 현실의 혼란스러운 교차를 보여준다. 1945년 소인이 찍힌 소포를 받은 화영은 계속 같은 꿈을 꾸고 생리를 하지 못한다. 의사를 찾아 자신의 꿈과 소포 이야기를 하지만, 의사는 모든 것을 화영의 꿈으로 받아들인다. 혹 정신적인 이상은 없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발꿈치를 슬며시 들고 화영에게 스멀스멀 접근해오는 기억은 사실 화영의 과거이기도 하고, 어쩌면 전생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악몽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일본 문학에 의존하고 있고, 스타일은 미스터리와 공포영화를 차용한다. 동시에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치밀하게 구성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있으나, 그것을 통해 정작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