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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의 반항정신에 바침,스티브 매퀸의 <겟어웨이>

<겟어웨이>는 샘 페킨파 영화 중에서 가장 상업적인 영화로 평가된다. 당대의 스타인 스티브 매퀸과 알리 맥그로가 출연했고 결말도 드물게 해피 엔딩이다. 그래서 샘 페킨파의 작품세계를 말할 때 거론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겟어웨이>가 정말 좋다. 70년대 여배우의 스타일을 간직한 알리 맥그로가 좋고, 그 화사한 해피 엔딩이 좋다. 무엇보다 70년대의 그 거칠고 황량한 느낌이 좋다. 샘 페킨파, 아서 펜, 돈 시겔 등이 만든 70년대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가 성인이 된 것은 그 시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조금씩 발전해가다가 마침내 모든 성장이 멈춘 시기. 아니 ‘멈춤’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아니라 한 단계로서의 ‘완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로서.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연출과 촬영, 편집 등 모든 면에서 70년대 영화들은 틀이 꽉 잡혀져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영혼은 자유롭다. 현실의 틀을 거스르고 싶어하는 반항정신이 확고하게 박혀 있다.

<겟어웨이> 역시 전형적인 70년대 영화다. 무장 강도죄로 복역 중인 맥코이(스티브 매퀸)는 가석방이 허락되지 않자 절망에 빠진다. 맥코이는 아내인 캐롤(알리 맥그로)에게 배논을 찾아가라고 한다. 무엇이든 하겠다는 말을 전하라며. 배논의 영향력으로 맥코이는 가석방된다. 그리고 배논이 시키는 대로 은행을 털게 된다. 맥코이와 캐롤은 배논이 이미 구해놓은 남자 두명과 함께 은행을 털지만 사고가 생긴다. 하나는 현장에서 죽고, 다른 하나는 맥코이를 살해하려다 총을 맞는다.

<겟어웨이>의 스토리는 페킨파 영화에서 흔히 드러나는 ‘이전투구’ 양상이다. 주인공은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고, 악당들은 서로 음모를 꾸미고 죽어간다. 맥코이는 ‘프로페셔널’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 그러나 맥코이 주변의 누구도 더이상은 그런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속이고 속이면서 개처럼 죽어갈 뿐이다. 맥코이는 그 악독한 상황을 폭력으로 돌파해나간다.

물론 한 가지, 샘 페킨파나 돈 시겔의 영화는 철저하게 ‘남성주의’적 영화다. 남성을 위한 남성의 영화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남성의 폭력이 여성을 지배하는 광경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마초’라면 결코 양보하지 않을 월터 힐이 각색한 <겟어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면회실에서 맥코이가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할 때, 그것은 이상한 뉘앙스로 들린다. 마치 캐롤에게 ‘무슨 일이라도 해라’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캐롤은 맥코이를 위해서 배논과 동침했다. 그 사실을 안 맥코이는,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는 캐롤을 때린다. 그 폭력은 명백하게 부당하다. 그건 맥코이의 ‘명령’ 아니었던가.

샘 페킨파와 월터 힐의 남성주의는 이른바 ‘엘리트’ 남성에게도 가혹하다. 맥코이를 죽이려 했던 루디는 겨우 살아나 수의사에게 치료를 받고는, 수의사 부부와 함께 맥코이를 쫓는다. 그런데 수의사의 부인인 프란은 루디의 폭력성에 매혹되어 마치 그의 연인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남편을 조롱한다. 그건 <어둠의 표적>에서도 이미 보여진 광경이긴 하지만 <겟어웨이>에서의 해결방법은 전작과 다르다. 무기력하게 아내의 불륜을 지켜봐야 했던 수의사는, 목을 매달고 죽는다. 나약하고 고지식한 수의사는 폭력적인 저항은커녕 함께 죽는 길조차 택하지 못한다.

그러나 캐롤은 함께 역경을 헤쳐가면서 맥코이의 동반자로 인정받는다. 황량한 쓰레기장에서 먼지가 잔뜩 묻은 모습으로, 맥코이의 반성을 끌어내는 모습은 어쨌건 아름답다. 이전까지 그들의 사랑은 일방적이었지만 캐롤은 싸우면서 쟁취한다. 유아적인 폭력성에만 기대던 맥코이까지 성장시킨다. 샘 페킨파는 법은 물론 의리없는 악당들에게도 저항하는 맥코이 부부에게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 맥코이 부부에게 기꺼이 트럭을 제공한 중년 남자는, 그들의 저항을 어떤 의문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사회의 밑바닥에 살고 있는 그는 보는 순간에 맥코이 부부를 인정한다. 그 해피 엔딩은 <겟어웨이>의 여운을 아주 진하게 만들어준다. 맥코이가 감옥에서 풀려나 캐롤을 기다려 만나고, 함께 공원을 거니는 장면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하나.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스릴 넘치게 흐르는 퀸시 존스의 음악은 어느 순간에든 위력을 발휘한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Getaway, 1972년, 감독 샘 페킨파 출연 앨리 맥그로우, 벤 존슨, 스티브 맥퀸 DVD 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와이드스크린오디오 돌비 모노 | 출시사 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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