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여기 없다
신재인 감독의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2002년/ 16mm)는 예측불허의 단편이다. 감독의 상상력과 영화적 감수성이 물속에서 빛을 발한다. 처음부터 성경 구절을 인용했거나, 직접 지어낸 그럴듯한 대사들이 근엄해 보이는 인물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병원과 법원 그리고 성당, 모든 규율이 가장 강하게 적용되는 공간에서 주인공은 멋대로 말들을 내뱉는다. 분위기는 심각하지만, 주인공이 뱉어낸 말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냥 웃고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앵글은 시시각각 변하고, 화면은 흑백과 컬러를 오간다. 과연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실이 무엇일까 궁금해질 무렵 영화는 급전직하로 치달아 지금까지의 상황을 한 인물의 상상으로 돌려놓는다. 차갑고 축축한 현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는 잡담들. 물속에서 허우적거렸을 주인공에게는 그것만이 진실이었을 것이다.
구성우 감독의 1995년작 (1995년/ 16mm)는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단편이다. 한 여성노동자가 능숙하게 총알을 포장한다. 그녀는 공습경보음과 함께 작업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총알은 어김없이 목표물에 명중된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총알의 숙명. 하지만 총알은 총알을 만든 사람과 총알에 맞은 사람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 사람들의 얽힌 관계는 그렇게 간결할 수 없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