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네오와 그 동료들은 어마어마한 무기를 들고 경찰과 경비원들을 싹쓸이한다. 죽은 이들은 에이전트와 달리 매트릭스 밖 코쿤에서 잠자고 있는 진짜 사람들이다.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 그들의 육체도 함께 호흡을 멈췄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살상용 무기를 줄 수 있다면, 마취가스 같은 온화한 무기도 줄 수 있었을 텐데, 네오는 왜 굳이 살인을 고집했을까? 그가 정말 메시아라면 뭔가 다른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 네오와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는 이단자다! 중세 사람들이 <매트릭스>를 봤더라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기독교도 중에는 <매트릭스>가 그노시즘에 기반을 둔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노시즘은 진실에 관한, 좀더 구원을 얻는다고 믿었던 중세 기독교의 이단이었다. 그들은 악을 물리치거나 신을 따른다고 해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설파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물질로 이루어진 이 세상은 신이 아닌, 2급신(lower god)의 창조물이었고, 진짜가 아니었다. 이런 교리를 조금 더 밀고 나가면 이 세상에서 사람을 죽이더라도 그것은 진짜 피흘리는 일이 아니라고 믿는 Cathars(카타르스 발음은 나중에 확인!)의 교리가 나오는데, 이는 <매트릭스> 안의 인간들을 대하는 네오의 태도와 매우 비슷하다. 만약 네오가 매트릭스를 파괴하고 인간을 구원한다면, 그는 내 남편 살려내라는 과부들한테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들은 처음부터 시온만 지키려고 했을 수도 있다. 수백만명이 한꺼번에 코쿤을 뛰쳐나오는 결말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대책도 없이 매트릭스의 본질로 다가간단 말인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예루살렘에서 몰아낸 시오니즘은 처음부터 배타적인 개념이었다. 시온 주민들도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마음놓을 순 없다.
Q <매트릭스>에서 배반자 사이퍼는 에이전트 스미스와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말한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실재란 뇌가 받아들이는 신호”에 불과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인류가 매트릭스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선 안 될 이유가 뭔가.
→ 프린스턴대학 철학교수 제임스 프라이어가 설문조사를 했다. “친구가 몰래 네 험담을 했다. 나는 네 기억을 지워주고 통장에 10달러도 넣어주겠다. 기억과 망각,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90% 넘는 학생이 10달러도 안 받고 친구의 배신에 마음 아파하는 편을 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프라이어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매트릭스를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확신했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가치 이상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만일 영화배우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매트릭스 안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혁명을 하고 싶다면, 기계들이 그를 제거하거나 아예 재부팅을 시도할 것이다. 그냥 자유가 아니라 정치적인 자유,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권리. 철학교수 제임스 프라이어가 제시한 이유다. 반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 설문조사는 고작 10달러밖에 안 걸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거다, 동굴 속에서 사는 게 뭐가 좋다고 시온으로 가느냐, 어차피 이 세상에서 살아봐도 혁명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파란 알약이 더 유혹적인 건, 오히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Q 키메이커는 매트릭스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인간들 중 하나가 아니다. 그는 매트릭스 내부 모든 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일종의 해킹 프로그램에 해당하는데, 총에 맞아 죽는다. 말이 되는 걸까.
→ 여기에 관해선 아무런 정보가 없다. 추측해보자. 키메이커는 정말 열쇠(key)를 만든다(make). 디지털 신호로 돼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가 만드는 열쇠는 너무도 아날로그적인 나머지 깎고 나면 먼지를 털어내야 할 정도다. 그렇다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죽음을 맞는 것이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최후가 아닐까? 혹은 네오처럼 에이전트들도 “재미로, 시험삼아, 관객을 위해” 총을 쏴봤더니… 죽더라… 일 수도 있겠다.
Q 키메이커를 지키는 천하무적 쌍둥이는 몸이 먼지처럼 흩어지면 어떤 물체도 뚫고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피어스와 트리니티, 키메이커를 뒤쫓다가 자동차가 폭발한 뒤 자취를 감춘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 그들이 죽어버렸다고 속단하면 서운하다. 세계 최대 인터넷 영화사이트 IMDb에 들어가 쌍둥이 배우 애드리언과 닐 레이먼의 출연작을 검색해보면, 형제가 <매트릭스3 레볼루션>에도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들이 무적이라도 충격을 흡수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분자에 가까운 상태로 멀리멀리 흩어진 것 같으니, 부서진 조각을 주워모으다보면 어느새 3편에 이르렀을 것이다.김현정 parady@hani.co.kr
인터넷에 떠도는 황당한 비판들 “이건 모성을 혐오하는 영화야!”
>>>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1편보다 못하다. 그 이유는 키아누 리브스에게 대사를 너무 많이 줬기 때문이다. 그가 출연해서 성공한 영화들, <매트릭스> <코드명 J> 등을 떠올려보라. 키아누 리브스는 “나는 ‘그’가 아니야” 정도가 딱 맞는다.
>>> 사이퍼는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배반을 논한다. 스테이크가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 전 인류를 팔아먹을 게 아니라 매트릭스에 들어갈 때마다 아웃백 스테이크에 들르면 될 일이 아닌가.
>>>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반란군은 신경과 바로 연결되는 전선을 몸에 꽂고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없는 로딩 프로그램을 다운받는다. 왠지 마약과 주사기, 마약이 주는 황홀경의 관계 같지 않은가?
>>> <매트릭스> 속편 두편을 만들면서 3억달러가 들어갔다더라. 2002년 미국에선 1천명이 굶어죽었다. 그 사람들에게 30만달러씩 줄 수도 있었을 텐데….
>>> 네오가 메시아라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그가 매트릭스 안에서 녹색 코드로 사물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퍼레이터가 그래야 하는 까닭은 매트릭스가 허상인 탓에 외부에선 매트릭스 내부를 이미지로 만들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퍼레이터는 기호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네오는 그렇게 해서 뭘 하겠다고? 결국 스미스도 제거하지 못했는데!
>>> 매트릭스와 인간을 품은 코쿤들은 탯줄로 이어진 엄마와 태아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걸 악(惡)이라고 부른다. 이건 모성을 혐오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 네오는 트리니티를 살리겠다고 슈퍼맨처럼 날아다닌다. 슈퍼맨도 애인을 살리려고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날았었다. 그러고보면 <매트릭스>에서 트리니티가 공중전화박스로 들어갔던 건, 공중전화박스에서 옷을 갈아입던 슈퍼맨을 향한 오마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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