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세일즈는 정말 신기한 감독이다. 한국에서 그의 영화는 결코 ‘개봉’할 수 없지만 비디오와 DVD라는 매체로 꾸준히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작 <림보> 이후에 완성한 <선샤인 스테이트>의 이야기는 얼핏 전형적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의 작은 섬 플랜테이션에서의 삶은 퍽퍽하기만 하고, 이곳에 부유층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개발업자들은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늦추지 않는다. 이쯤 해서 <선샤인 스테이트>가 계급투쟁의 장이 될 것이라 섣불리 짐작할 수도 있지만, 존 세일즈는 예상을 아주 천천히, 우아하게 비켜간다. 치열한 대립구도의 익숙한 드라마 사이로, 상처투성이인 주민들의 일상이 불현듯 튀어오르면서 부모의 꿈이 결코 자식들에게로 전수될 수 없다는 가슴 아픈 진실은 거듭 되풀이되고, 그렇게 모두가 욕망하지만 소유할 수 없는 플랜테이션 섬의 대지는 삶의 다층적인 축소판이 되어간다. 결코 서두르지 않지만 동시에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지 않는 존 세일즈의 진심 어린 음성은 그가 왜 미국 인디 영화계의 견고한 버팀목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Sunshine State, 2002년감독 존 세일즈 | 출연 안젤라 바셋, 에디 팔코, 티모시 허튼장르 드라마 | DVD 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1.85:1, NTSC오디오 돌비디지털 5.0 서라운드 | 출시사 콜럼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