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내일이 있다고?
이번주 해외 단편은 유머러스하게 세태를 풍자하는 작품들이다. <침묵은 금>(Il silenzio d’oro/ 감독 타이푼 피그셀리모글루/ 2002년/ 35mm/ 이탈리아)은 정작 침묵하지 않으면서, 침묵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발사인 주인공은 아랍에서 건너온 보잘것없는 외국인 노동자다. 그는 아랍의 어머니에게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고, 곧 결혼할 것이라고 연신 편지를 보낸다. 뜬소문을 듣고 돈을 뜯으러온 양아치에게도 허풍을 떨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내뱉는 말과 편지, 행동은 어느 하나 믿을 구석이 없다. 하지만 그가 속한 세상도 정작 진실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허풍을 떨지 않으면 강제로 돈을 달라는 인간들뿐이다. 자신을 바라보리라 믿었던 이웃집 여인 또한 정작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수도 없는 상태이다. 세상은 그렇게 속이는 자를 또 속인다. 그런데 침묵한다고 그의 인생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
<적자생존>(Survival Fittest/ 감독 트리시아 워드/ 2001년/ 35mm/ 아일랜드)은 다소 철부지처럼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밥과 캐롤은 임신하지 않고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저런!). 그들이 찾은 병원에서는 태어날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며, 선택을 권유한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아이들의 미래가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런 노력과 고통없이 행복한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두 작품은 소소한 재미는 있지만 풍자를 넘어서는 재치와 상상력을 펼쳐 보이지 못한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