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조폭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눈치챈 듯, 한국 코미디영화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낸다. 10대, 20대의 성(성),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들의 성욕이 그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내세운 선정성과 불량스러움 때문에 얄팍한 상업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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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영화 코드 분석 [3]

제 2 라 운 드

" 우리 그냥 빠구리하게 해주세요 " <몽정기> <색즉시공>

‘조폭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눈치챈 듯, 한국 코미디영화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낸다. 10대, 20대의 성(성),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들의 성욕이 그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내세운 선정성과 불량스러움 때문에 얄팍한 상업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지만, 알고보면 매우 ‘착한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그동안 공식적인 성담론에서 무시되어왔던 그들의 성욕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이고, 수입된 영화로만 엿봐왔던 청춘 섹스코미디를 훌륭하게 토착화시킨 ‘효자영화’들이며, 나름대로 감동적인 교훈을 품고 있는 진짜 착한 영화들이다.

<몽정기>는 현재 한국영화의 지배적 코드 중 하나인 80년대 복고 열풍의 흐름 속에 놓일 수 있다. 이 영화는 얄개 시리즈로 대표되는 70년대 청소년물을 소환하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그들의 성욕을 노골적으로 도상화하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해소하는 그들의 방식은 엽기적이면서도 귀엽기만 하다. 구성애씨의 노력으로 비로소 전 사회적으로 담론화되기 시작한 ‘그들의 성’을 이 영화는 경쾌하면서도 진지한 성장영화의 화법으로 담아낸다. 그동안 음지에서 자신들의 성욕과 그에 대한 죄의식으로 고통받았을 10대들은 이 영화 덕택에 비로소 양지바른 곳에 나와 자신들의 ‘그것’을 보며 일종의 해방적 쾌감을 맛보았을 법하다. 영화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멜로 코드는, 아직은 10대인 그들에게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승화로서의 판타지일 것이므로 긍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보다 조금 더 나이 먹은 20대 성을 소재로 하고 있는 <색즉시공>의 경우,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20대의 사랑(욕망)이 필연적으로 대면하게 되는 계층성이라는 현실의 벽. 영화는 이 시대의 화두(아마 TV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왜 그 문제가 시대의 화두인지 쉽게 동의할 것이다)를 도발적으로 제기한다. 별볼일 없는 그들이 모여 있는 차력 동아리,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들이 모여 있는 에어로빅 동아리, 그리고 명품의 아우라와 함께(또는 오로지 그 명품을 통해서만) 자신을 ‘킹카’로 완성하고 있는 ‘그’ 사이의 삼각관계는 낡은 듯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영화는 그것만이 TV드라마와의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는 길임을 잘 안다는 듯, 전반부를 그들(차력 동아리 회원들)의 엽기적인 성적 행각과 그녀들(에어로빅 동아리 회원들)의 관능적인 성적 도발의 이미지로 가득 채운다. 그런데 그들의 엽기성은 왠지 슬프다. 그 엽기성은 그들의 주변성과 소극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별볼일 없는 존재들인 그들은 그녀들의 주위를 맴돌며 관음하고 자위하는 후줄근한 존재들에 불과하다. 오로지 ‘킹카’인 그만이 그녀들의 사랑을 얻으며 그럼으로써 정상적인 성생활을 누린다. 이렇듯 조마조마할 정도로 극단적인 대조법을 통해 신선하게 문제를 제기하던 영화는 의외로 낡은 무기를 통해 쉽게 문제를 해결한다. 그녀들 중 가장 얌전했으며 사랑의 진실을 믿을 만큼 순진하기도 했던 은효(하지원)는 그놈에게 쓰라린 배신을 당한다(낡은 신파의 반복!). 은식(임창정)은 눈물겨운 순정과 자학적인 희생정신으로 마침내 은효의 마음을 얻는다(낡은 신파의 전복!)

<몽정기>

<색즉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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