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우리 어머니....' 무지 화면 속에 한 남자의 나레이션이 조용히 흐른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음들과 함께 남자의 얼굴이 드러난다.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중심으로 서서히 뒤로 물러선다. 남자는 총을 들고 있고, 붙잡힌 여자는 몸부림치고 있다. 원신연 감독의 <자장가>(2003년/ 35mm)는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관객들이 사건을 이해하기도 전에 충격적인 총성과 함께 상황이 종료된다. 그리고 기자들의 목소리를 빌어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화는 충분히 긴장감이 넘치고, 원씬 원쇼트의 형식 실험도 재미있지만, 영화는 감독이 선택한 스타일에 갖혀 재빨리 마무리된다. 하나의 아이디어안에 장점과 단점이 함께 포함되어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김다영 감독의 <Super Morse>(2003년/ 16mm)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모두 전화로 빚독촉을 받느라 정신이 없다. 젊디젊은 주인공 역시 그놈의 빚 때문에 연애도 공부도 꿈처럼 멀어진다. 그리고 가정은 파산해 결국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하지만 작은 희망은 있게 마련. 주인공은 할머니가 남긴 모르스 부호를 해독해 행운을 잡는다. 이 두편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지만, 가난과 폭력에 의해 무너져 내린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기 개성은 있지만, 그 본질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나 말안해도 다 알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단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한계가 아닐까? 조영각/<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