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심플리 레드 | 유니버설 발매
브릿팝 솔 밴드 심플리 레드의 8번째 음반이자 3년 만의 신보. 마빈 게이와 스티비 원더의 팬이라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이다. 밥 딜런의 포크록 히트곡 <Positively 4th Street>과 자메이카의 레게 뮤지션 데니스 브라운의 레게 클래식 <Money in My Pocket>을 하우스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 펑키한 재즈 솔 넘버 <Lost Weekend>도 인상적이다. 21세기에 나온 음반치고는 고전적인 따뜻함이 흘러넘친다.
<Apres Un Reve>로랜드 한나 | 강앤뮤직 발매
2002년 11월13일 사망한 피아노의 거장 로랜드 한나의 유작앨범 <Apres Un Reve>가 발매되었다. 사망하기 불과 2달여 전에 녹음된 음반으로 슈베르트, 쇼팽, 루빈스타인, 드보르자크, 말러 등이 작곡한 9곡의 클래식 작품들을 재즈의 선율로 선보인다. 최근 클래식을 재즈로 편곡해서 연주하는 밴드가 증가세에 있지만, 로랜드 한나가 들려주는 연주는 (그런 밴드들 가운데서도) 절제된 듯 그루비한 스윙감이 군계일학이다. 새카맣게 어두운 밤의 끝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의 곡들을 듣고 있자면 ‘마지막’보다는 ‘최고의’라는 말도 제법 어울린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Florist>러브홀릭 | 플럭서스 뮤직 발매
사랑에 중독되었다는 뜻의 ‘러브홀릭’이라는 이름을 가진 밴드. 팝 성향이 매우 강한 보컬 중심의 모던록을 선보인다. 타이틀곡인 <Loveholic>을 비롯, <수퍼스타> <놀러와> 등 발랄한 분위기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리버풀 키드의 생애>라는 곡에서 음악에 대한 애정이 시작되던 순간에 대한 노래말을 듣고 있자면 러브홀릭의 앞으로의 음악 색깔을 예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알약이 들어 있는 CD케이스와 앨범재킷 디자인도 예쁘다.
<Are You Happy?>정원영 | M&F 발매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의 4집 솔로앨범. 아코디언과 기타, 피아노와 보컬의 조합이 복고적인 <동백꽃 순정>은 악극단 노래의 재즈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타이틀곡인 <행복>은 <다시 시작해>의 정원영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더없는 행복을 안겨주는 선물이다. 여성 보컬의 음색이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The Girl from Mars>도 추천트랙. 음반 내지에는 김중만이 찍은 뉴욕의 구석구석을 담은 사진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구로이 센지 지음·김은주 옮김다빈치 펴냄 | 1만5천원
스물여덞에 요절한 세기말 비엔나의 화가 에곤 실레의 생애와 예술을, 실레에게 심취한 일본 소설가 구로이 센지가 서술했다. 180여컷에 이르는 실레 작품 컬러 도판을, 미술비평가가 아닌 속깊은 관람자의 눈으로 해설했다. 클림트와의 관계, 성적 불안감의 실체를 다룬 부분도 흥미롭다.
<영화마을 언어학교>강범모 지음동아시아 펴냄 | 1만2천원
재미와 감동을 위해 극장을 찾지만 불가피하게 영화 속에서 언어와 언어학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 학자의 상식과 깊이를 결합한 글모음. 홍상수의 영화로 의미론을 고찰하고 에서 ‘삶’과 ‘죽음’, ‘마음’이라는 단어의 분류를 재고하며, <반지의 제왕>과 <스타트랙>의 인공언어를 해설하고 번역의 대안을 제시한다.
<마네킹>최윤 지음열림원 펴냄 | 9천원
<회색 눈사람> <하나코는 없다>의 작가 최윤이 6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오빠에게 목이 졸려 목소리를 잃은 뒤, 남의 욕망을 대신하는 마네킹의 삶을 살던 모델 지니는 어느 날 수중 촬영을 위해 바닷속을 헤엄치는 경험을 한 뒤 먼 길을 떠난다. 작가는 황량한 시간을 통과하며 만난 모든 아름다운 남녀가 지니의 원형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