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나도 이집 식구다
가정의 달이며 석가탄신일이 있는 5월 둘쨋주에 방영되는 독립영화는 아동영화와 노인영화이다. 이민경 감독의 <절간의 만우절>(35mm/ 2003년)은 은은한 절 풍경과 함께 동자승들을 담아낸다. 그들은 수행 중이지만, 반찬투정을 부리며 통닭과 고기를 먹고 싶어한다. 그리고 주인공 지호는 엉덩이 종기로 고생을 하고 있다. 거짓말처럼 그들이 바라던 소시지와 통닭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우절날 지호의 종기도 터진다. 잔잔한 흐름 속에 구현되는 거짓말 같은 판타지는 동자승들처럼 귀엽지만, 현실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절간의 만우절>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바깥에서 잔정없이 자란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베풀고 있다.
신성우 감독의 <사돈>(16mm/ 2003년)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외할머니는 노망든 사돈과 말상대라도 해보려고 딸 집을 찾아오지만,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딸 욕을 해대는 사돈과 쉽게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다른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무관심으로 응대한다.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비슷한 연배의 사돈만이 그에게 관심을 갖을 뿐이다. 영화는 그런 지독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과연 누가 그 상황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 현실은 종종 사람들에게 해결하기 어려운 지독한 책무를 안겨주기도 한다. 영화는 예정된 죽음으로 끝을 맺지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할머니를 생각하게 만든다(KBS2TV 5월9일(금) 밤 1시15분 방송).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