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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 류승범 · 양동근,배우로 산다는 것 [2]

연기, 별건가요?

류승범 | 여기 다 연기 잘하는 형들만 있는데, 전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하는 거예요.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고, 한번도 선배가 와서 연기 이렇게 하는 거라고 이야기해준 적도 없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고 있잖아요. 언젠가 사석에서 ‘지금 이 앞에서 카메라를 한번 돌려봐요. 이게 바로 영화지’란 말을 한 적 있는데 정말 그런 생각을 해요. 우리가 살면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람들 많이 만나잖아요. 가령 내가 좋아하는 ‘크라잉 너트’ 형들하고 이야기하고 있다보면 ‘이게 바로 영화지 별게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구요. 전 그냥 그런 느낌으로 연기하는 거예요. 내가 사는 모습처럼.

설경구 | 당연하다고 봐요. 류승범이 무슨 역을 하든지 류승범 냄새가 나야 하는 거죠. <살인의 추억>을 봐도 송강호의 일상이 있어요. 사실 적나라하게 있지. (웃음) 내 영화를 봐도, 내가 아무리 용을 쓰고 또 다른 인물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게 어떻게 내가 아닐 수 있겠어? 연기는 방식의 습득이나 수업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봐요. 누군가를 통해 배울 수가 없는 거죠.

양동근 | 저 사람이 실제 양동근 같다, 아니다 하는 문제는… 그건 보는 사람 마음이죠. 제가 그걸 어떻게 컨트롤해요?. 저는 그런 생각 안 하고 살아요. 그런 생각 안 하고 연기하구요.

류승범 | 사실 책읽는 걸 되게 싫어하는데, 스타니슬라브스키가 말한 메소드연기론을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어요. 이 책대로 하면 누구나 연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저게 난지 저게 넌지, 저게 누군지, 글쎄 나는 그게 진짜 연기가 아닌가 싶은데. 형(류승완 감독)이 저를 놀릴 때 하는 말이 있어요. 모니터를 하면서 ‘연기하고 있네…’ 그런다구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연기하지 마’ 하는 건 ‘뻥친다’는 건데 그렇다면 연기를 배운다는건 뻥을 배운다는 건가요? 대학교 같은 데서 연기를 가르친다던데 뻥치는 걸 배워서 뭐해.

세대차이? 글쎄요

양동근 | 글쎄, 세대라는 것, 배우들의 세대를 구분짓는 건 우리나라에서만 그러는 거 아닌가요?

설경구 | 난 사실 좀 느끼거든요. 동근이랑 승범이랑 같고 나는 좀 다르다는 걸 느껴요. 얘들은 자유분방하지만 나는 자유분방하게 못 살아요. 얘들 나이 24, 25살 때 나는 한번도 내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본 적 없었거든요. 이 아이들은 너무 편하게 자기 할 표현 다하고 연기하죠. 승범이가 광고에서 ‘라쿠카라차’할 때, 어휴~. 대단했죠.

류승범: 저는 학교 그만뒀잖아요. 싫으면 안 해요. 싫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아요.

설경구 | 이게 다른 거라구. 나는 싫어도 하면서 자랐거든요.

양동근 | 나는 어떤가? 음… 매니저 형이 나도 싫으면 안 한다고 하는데요? (웃음) 그런데 아니다. 싫어도 하는 거 있어요. 하기 싫은 인터뷰도 영화 홍보하려면 하구요. (웃음)

설경구 | 오히려 요즘은 싫으면 안 하지. 운동하다 싫으면 안 하고 그러죠.

류승범 | 여휴, 그래도 경구 형 운동하고 노력하는 거 보면 정말 독해요. 대단해요. 난 절대 못하거든.

설경구 | 난 절실하거든. 자학하고. 스스로 괴롭히고.

류승범 | 나는 낙천주의자인 것 같아요. 배우 하다가 안 되면 비디오가게나 하지 뭐. 그러죠.

양동근 | 나는 날 잘 모르겠어요. 오락가락해요. 어떤 땐 낙천주의자 같기도 하고, 어떤 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류승범 | 생활적인 면에서 선배님들 보면 많이 배워요. 얼마 전에 <아라한- 장풍대작전> 찍으러 양수리에 갔는데 요즘 중학생들 거기로 소풍 오고 그러나봐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난리가 난 거야. 배우들 있고 그러니까. 전화기에 달린 카메라 들이대고… 어휴…. 사실 밥먹는데 그러면 불편하잖아요. 그런데 안성기 선배님이 ‘아… 예…’ 하시면서 일일이 다 응하며 찍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물어봤다고. ‘선배님 그거 다 들어주면 불편하지 않으세요? ’ 그러니까 ‘왜… 다 우리 관객인데…’ 그러시더라구요. 역시. 그 다음부터 저도 안 할 수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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