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매트릭스2 리로디드> 배우들 인터뷰 [1]
박은영 2003-05-02

아무도 흉내낼 수 없을 이상한 나라

네명의 배우와 제작자가 말하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 그 유아독존의 매력

오랫동안 입이 간지러웠다. 지난 1월 중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날아가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배우들을 만나고 왔건만, 기사 작성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고 한 약속을 깰 수 없었다. 당시 영화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는 물론 보람직한 예고편도 구경하지 못한 상태인데다 신비주의로 일관하는 홍보 전략 때문에 대단한 무엇을 캐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더랬다. 일찍부터 대기실을 서성여봤지만 건진 것은 1분 남짓으로 편집된 메이킹필름, 그리고 20분 편집본 관람기가 담긴 <뉴스위크>의 특종 기사뿐. <뉴스위크> 기자는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감상을 적어, 이역 만리에서 날아와 빈손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해외 기자들의 염장을 지르고 있었다.

드디어 인터뷰를 위한 세팅이 완료되고, 영국, 프랑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다국적 기자로 구성된 첫 번째 그룹이 아담한 개인 저택으로 안내됐다. 거실 한가운데 미음(ㅁ)자로 배치된 소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이 보였다. 회색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키아누 리브스, 의외로 털털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로렌스 피시번, 차갑고 진지해 보이는 캐리 앤 모스, 쾌활한 소녀 같은 제이다 핀켓 스미스, 그리고 풍채 좋은 조엘 실버가, 조금 주눅 든, 동수(5:5)의 기자들을 환대했다. 예상대로 그들은 영양가 높은 비밀을 털어놓진 않았다. 다만 270일 동안 호주와 미국을 오간 ‘촬영의 기억’, 그리고 매트릭스라는 우주의 창조주들(워쇼스키 형제)에 대한 ‘적응의 기억’을 함께 나누며, 화기애애한 동창회 분위기를 연출했다.

완성된 분량을 얼마나 봤나.

로렌스 피시번 | 한 20분? (어땠나?) 한번 보면 절대 멈출 수 없지(It’s unstoppably watchable). 그건 자신할 수 있다. 우린 20분 분량으로 편집된 대형 액션장면들을 봤다. 영화의 뒷부분에 등장하는 액션신들인데, 기가 막힌다.

촬영할 때와 스크린으로 볼 때 어떤 차이가 있던가.

캐리 앤 모스 | 촬영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수마일(???)에 달하는 고속도로 세트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였으니…. 찍기도 정말 오래 찍었다.

로렌스 | 그게… 아마도…45일? 고속도로에서 카 체이스 장면만 찍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렸다. 시온을 배경으로 한 촬영도 꽤 오래 걸린 편이다. 군중신도 있었고, 꽤 큰 장면이었으니까.

마지막 카 체이스 장면엔 당신들 전부 참여했나.

다 함께: 그렇다. (키아누 리브스가 고개를 가로젓자) 당신도 있었잖아.

‘불릿 타임’에 이어 새로이 선보일 비장의 액션은 어떤 건가.

키아누 리브스 | 결과물을 아직 다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하기 힘들다. (입을 꾹 닫아 버린다) …. (그래도 기다리는 기자들, 그러나 그는 끝내 침묵한다)

액션신을 그렇게 오래 찍으면서, 몸살나서 촬영에 지장이 있었던 적은 없나.

다 함께: 아니, 전혀. 그런 경험은 없다. (웃음)

제이다, 당신은 2편에서 합류했는데, 어떤 점이 특히 힘들던가.

제이다 핀켓 스미스 |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특히 몸으로 하는 연기에선 새로이 도전해야 할 점이 많았다. 난 그게 좋았다. 다만 촬영이 거듭되면서 이 힘든 일을 반복하고 있는 이들, 키아누, 로렌스, 캐리 앤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라.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욱신거리는데, 그 고통 속에 또 촬영을 해야 하니까.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걸 어떻게 감당했을까.

로렌스 | 멍을 달고 사는 거지, 뭐.

제이다 | 트레이닝 단계부터 그렇더라. 비명에, 멍이 끊이지 않았으니까.

로렌스 |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건 사실이다. 1편 촬영 당시 키아누는 큰 부상을 입어서 애를 많이 먹었다. 아, 휴고도 부상을 입었었지. 캐리 앤과 나는 2편과 3편을 찍으면서 좀 다쳤었다.

캐리 앤 | 다리가 부러졌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 트레이닝을 시작하던 첫주에 다쳤다. 출발이 좋았던 거지. (일동 폭소) 치료하는 데 6주나 걸렸다. 하지만 부상 중에도 연습장과 촬영장엔 거의 매일 출석했다. 다리를 쓰지 않는 일은, 다했다. 1편에서 우린 환상적인 팀이었다. 가족 그 이상으로 친밀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그 시작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감독들은 촬영에 앞서 스토리와 비주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편인가.

캐리 앤 | 그들은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영화 전체가 머릿속에 다 입력돼 있다. 우리도 시나리오를 읽고 저녁 식사나 촬영 짬짬이 작품에 대해 함께 얘기를 하긴 하지만….

로렌스 | 다른 사람이 뭐라든 그들 반응은 언제나 같다. (워쇼스키 형제의 느리고 무심한 말투를 흉내낸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다는 뜻의 추임새지만 뉘앙스는 정반대다) 으~흠. 그리고 일을 시작하면 둘 사이엔 그들만의 언어가 통용된다. 다른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일동, 킥킥댄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은 극복해야만 한다. 그들이 원하는 걸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하니까.

촬영현장에서 그들은 어떤 식으로 분업을 하나.

로렌스: 숏을 함께 구성한다. 한 사람이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다른 하나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어떤 그림을 원하는지,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 즉석에서 상의하는 식이다. 캐리 앤 | 정해진 방식은 없는 것 같다. 때마다 일을 나눠한다는 것밖에는.

제이다 | 각자 말이 잘 먹히는 배우가 따로 있다. 래리는 나와 얘기하고, 앤디는 로렌스와 얘기하고, 하는 식으로. 그건 내가 래리와 말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난 앤디의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더라.

로렌스 | 그게 늘 같진 않다. 1편 때는 정반대였다. 그때 나는 주로 래리와 얘기했다. 2편과 3편 작업 땐 주로 앤디와 대화했지만.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