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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 <플레쉬>의 이준일 [2]

잘된 스릴러에는 인간이 있다가작 <플레쉬> 작가 이준일

성명 이준일. 경성대 무역학과 졸업. 그러나 전공과목 학점보다는 교양으로 듣던 연극영화과 수업 성적이 월등히 높았음. 32살(69년생) 되던 해에 더이상 좋아하는 영화를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고 판단, 급기야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둠. “영화 마니아”로서, 부산 토박이로서 글을 써오던 중 2001년 ‘시나리오 뱅크’ 공모전에 스릴러 시나리오 <하드코어>가 당선되어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함. 그리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 “잘 풀릴 줄 알고 올라왔는데”, 현재 그의 표현대로라면, “재야 시나리오 작가”군에 속해 있음. “보통 3∼4일 정도면 화장실도 안가면서 한편을 써내고, 쓰고 나서도 수정을 잘하지 않는 편”인 천재형 작가. 이미 30여편의 습작들을 써오며 정련해온 바, “이제는 좀 차분해졌고, 뭐가 뭔지 알 것 같다”는 정도에까지 이르렀음. 그동안 써온 습작 중 한편을 공모준비용으로 다듬은 것이 이번 막동이 시나리오의 가작 당선 <플레쉬>. 크고 작은 충무로 각색 작업에 잠깐씩 참여해본 적은 있지만, “내 작품 하나 쓰고나서 각색해야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각색 제의는 모두 거절. “이제부터는 죽을 때까지 영화만 할 거고”, “이상적인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감독도 해볼” 생각을 갖고 있음.

주로 어떻게 소재를 결정하나. 사실 나는 처음부터 글쟁이는 아니었다. 영화마니아 출신이다. 그래서 대사에도 약한 편이다. 하지만,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때가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그 영상을 글자화로 옮기는 거다. 그럴 땐 텔레비전도, 신문도 보면 안 된다. 글하고 나하고의 관계만을 생각하는 거다. 인물과 내가 친구처럼 느껴질 때까지. 그게 내 스타일이다.

시네필로서 오히려 상상력에 제한을 받는 경우는 없나.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더 독특해야 돼,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2년 동안 서울에 있으면서 고민한 부분도 그거다. 내가 원래는 글쓰는 성향이 좀 어둡고 컬트적이다. <환상특급>류의 영화들이 내 성향에 맞는다. 하지만 식상하다고 재미없는 건 아니다. 그걸 변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런 식상함을 굉장히 싫어했는데, 지금은 관객을 먼저 생각한다. 특히, 장르영화로.

시나리오 <플레쉬>는 스릴러다. 왜 이 장르를 택했나. 스릴러 장르를 원래 좋아한다. 스릴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영화 <이중간첩>도 좀 재미있었고, 요즘 본 것 중에는 <돈 세이 워드>, 그리고 히치콕은 지금 봐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플레쉬>는 한 남자의 상황이 먼저 떠올랐다.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상상했다. 원래의 내용은 약간 코믹하고, 굉장히 복잡한 편이었다. 3시간 정도 분량이 될 수도 있었다. 애초 계획에는 ‘반전’도 중반쯤에 나왔는데, 분량이 길어지면서 뒤에 보여주기로 했다. 주인공 영우의 이야기를 좀더 심도있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긴 하다.

공포 요소도 섞여 있는 것 같다. 맞다. 내가 귀신영화에 관심이 많다. 단순히 귀신이 나온다는 게 아니라, 귀신의 존재감, 그렇게 되는 이유 등을 생각하며 귀신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흐름상 대립각을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플레쉬>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라스트신. 나한테는 반골기질이 있다.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도 남들은 다 이상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마지막 장면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는 어떤 시나리오를 쓰고 싶나. 각색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거의 거절했다. 중간에 엎어진 것들도 많았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원하는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 요즘에는 코미디도 한편 쓰고 있다. 아무래도 스릴러가 편하긴 하다. 멜로는 참 막막하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된 스릴러에는 인간이 다 있다. 글 정한석 mapping@hani.co.kr·사진 이혜정 socap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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