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매력적인 흑인들의 노래가 나오는 스티븐 파스볼스키 감독의 단편 <개>(Inja/ 35mm/ 2001년/ 호주)는 백인이 주인이고 흑인이 하인인 아프리카의 어느 농장을 묘사한다. 농장의 흑인 소년은 강아지가 유일한 친구이다. 하지만 백인 주인은 그와 강아지 사이를 무참히 떼어놓는다. 백인은 강아지에게 잔인할 만큼 흑인이 위험하다는 것을 각인시킨다. 결국 강아지는 커서도 흑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 백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흑인은 그를 구하려고 하지만 개는 자신의 주인을 해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흑인은 또다시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흑인이 노예에서 해방된 지 150년이 되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인종차별이 지속되는지를 <개>는 잔인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이 오직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기 위해 무참히 짓밟히는 장면은 씁쓸함과 분노를 남긴다.
시스케 콕 감독의 <중국식당에서>(The Chinese Wall/ 35mm/ 2002년/ 네덜란드)는 사람들을 온통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재단하는 중년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생일이지만 아무도 없이 외롭게 식사를 하며, 식당 안 사람들을 자신의 처지에 끼워맞추는 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모르는 사람을 바라볼 때 우리는 얼마나 제멋대로 상상을 할까? 영화에는 그녀의 독백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반전이 도사리고 있으며, 대화없는 삶이 얼마나 무미건조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덤으로 네덜란드에서 먹는 중국 음식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KBS2TV 4월25일(금) 밤 1시15분 방송).조영각/ 계간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