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이번주에 방영되는 두편의 독립영화는 죽음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경미 감독의 <오디션>(16mm/ 2003년)은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배우지망생 지석은 ‘오디션’을 기다리다가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간다.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는 할머니는 손자를 알아보지도 못하지만 지석이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곧 돌아가실 것처럼 숨이 넘어간다. 지석은 깜짝 놀라 손을 뿌리치려 한다. 이 짧은 장면은 순간 섬뜩한 느낌을 전해주며, 경험하지 못한 죽음의 싸늘한 공포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지석은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지만 그 느낌을 가지고 오디션에 합격한다. 박해일의 평범해 보이는 연기 역시 영화의 긴장감을 잘 묘사하고 있다.
김종관 감독의 <바람 이야기>(16mm/ 2002년)는 전쟁 중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민간인을 총살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것과 죽임을 실행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은 깨달음을 얻지만 죽임을 실행한 사람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된다. 소년병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그 고통을 표현한다. 전쟁이 끝난 뒤 민간인의 딸을 만나 화해를 시도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신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그를 용서한다. 감독은 직접 촬영까지 하면서 유려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좀더 설득력 있는 화면을 연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