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이야기 하나. 미국의 유명 음대에서 대중음악을 전공한 친구가 한국에 돌아왔으나 음반시장의 침체로 몇 년 허송세월 했다. 돈이 궁해진 그에게 마침 대기업으로부터 연주자를 소개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대기업 직원과 간부는 그에게 기획사 사업자등록을 하게 하고 이 페이퍼 컴퍼니와 천만원짜리 계약을 한다. 그는 아는 연주자들을 불러 900만원에 계약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800만원을 대기업 간부들에게 상납하고 나머지 100만원을 연주자들이 나눠 갖는다. 중요한 것은 그 판이 원래 그래서 서로 다 묵인 하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죽고 돈 세탁은 계속된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어느 초등학교 교장이 정년 퇴직 후에 매일 그 지역의 도서관에 갔다. 그가 도서관 지킴이를 자처하며 서가에 잘못 분류된 책의 위치를 바로 잡고 필요한 책들의 목록을 적어 사서에게 건네기를 몇 해. 결국 볼 것 없던 이 도서관은 근방에서 제일 도서량이 많고 내실 있는 도서관이 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사적 영역의 부패와 과다한 경쟁과 시장의 실패로 압축되고 두 번째 이야기는 공적 영역의 경쟁 부재와 참여의 효과로 압축된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음악가들은 왜 연대하지 않는가? 음악 시장이 실패했을 때 정부는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도서관 이용자는 왜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않는가? 도서관을 경쟁시키기 위해 어떻게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나는 시청각 자료실을 포함한 도서관들이 시장에서 공공의 자원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구입함으로써 파이가 작은 예술시장의 실패를 막고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재즈 음반과 도서가 가장 많은 도서관’ ‘해외 건축 도서가 가장 많은 도서관’ 등 특성화된 컨텐츠를 자랑으로 삼는 도서관을 만드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지윤/ 비디오칼럼니스트 emptyba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