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 다코>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던 정보는 ‘젊은 신예감독이 드루 배리모어의 도움으로 간신히 만든 대단히 기이한 SF영화’가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기이하기는 할 것 같았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잠시 눈길을 사로잡기는 하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한계가 바로 드러나는 SF 작품들을 많이 접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도니 다코> DVD의 메뉴화면을 보는 순간부터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깊이감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화면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육중한 음향까지, 강렬한 영화의 이미지가 바로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강렬함은 본편 영화를 보다보면, 화면과 음향을 넘어서 전반적인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 바로 연결이 된다. 무엇보다 시작부터 끝까지 보는 이의 뇌를 쉴 수 없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최근에 본 그 어떤 영화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머릿속에 엉켜버린 실타래 두세 뭉치가 생겨날 정도인 것.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혼란이 영화의 완성도가 낮아서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스토리의 핵심을 이루는 시간여행에 대해서 이해가 갈 듯하면서도 명료하게 이해되지 않는 요소들이 막판에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꼬일 대로 꼬였으나 겉으로는 지극히 평온한 중산층 이야기를 데이비드 린치 식으로 섞어 풀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천만다행히도 <도니 다코> DVD 타이틀에는 그것을 풀어볼 수 있는 실마리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바로 리처드 켈리 감독과 도니 다코 역으로 나오는 제이크 길렌할의 오디오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2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다 못해 능구렁이처럼 능숙한 설명을 늘어놓는 감독의 코멘터리는 특히 중요하다. 영화 속에 가득 깔아놓은 정치적인 코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기면서, 시종일관 등장하는 암시와 표식, 감정의 흐름, 촬영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해서는 솜씨 좋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감독의 설명이 일일이 첨부되어 있는 ‘Deleted & Extended Scenes' 코너도 실마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무려 20개나 되는 장면들이 영화 속에서 비어 보였던 부분들을 슬슬 채워주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제작자가 안전장치로 찍어놓자고 해서 마지못해 찍었지만 완성도면에서는 멋진 장면이다’라는 감독의 너스레가 함께하는 20번째 삭제장면은 반드시 보라고 권하고 싶다. 김소연/ DVD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
Donnie Darko, 2001년감독 리처드 켈리자막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화면비 아나모픽 2.35:1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1지역코드 3출시사 파라마운트▶▶▶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