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감독이 꾸는 꿈
여성영화제가 열리는 이번주 <독립영화관>에서는 두 여성감독의 영화가 방영된다. 김재의 감독의 <꿈>(16mm/ 2001년)은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에 관한 잔잔한 다큐멘터리이다.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 <미망인>의 자료화면과 미국에서 딸과 살고 있는 그의 일상이 흑백화면 속에 펼쳐진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어렵게 영화를 찍었던 1950년대 당시를 회고한다. 박남옥의 목소리에는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묻어난다. 영화에 대한 ‘꿈’이 어떻게 실현됐으며,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나오는 단소소리는 영화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린다. 이송이 감독의 <침전기>(16mm/ 2001년)는 여학교 점심시간에 벌어지는 우스꽝스런 이야기이다. 밥도 먹지 않고 바느질에 열중하던 소녀는 자신이 바늘을 삼켰다고 생각한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꾸역꾸역 밥을 먹기도 하고, 병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실패하고 유서를 쓴다. 두편의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여성의 꿈과 현실 그리고 작은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감독들은 박남옥이 어렵게 꾸었던 ‘꿈’을 이룬 여성들이다. 하지만 한편은 침잠하듯 너무 무겁고, 한편은 너무 가벼워 보는 사람을 흡입하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KBS2TV 4월11일(금) 밤 1시15분 방송).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