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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 봄날은 간다
2003-04-02

2001년, 감독 허진호 출연 유지태, 이영애KBS2 4월5일(토) 밤 10시50분

'열병'같은 사랑 그리고 쓸쓸함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와 라디오 방송 피디인 은수(이영애)는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프로그램 제작으로 만난다. 취재를 위해 함께 지방을 여행하며 둘은 사랑에 빠진다. 몇달 뒤 상우가 은수에게 집에 인사갈 것을 제안하자 은수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로 데뷔한 허진호 감독의 두번째 영화. 요란한 사건은 없지만 차분하고 깊은 관찰력으로 사랑의 열병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뜻하지 않게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난감함과 분노, 질투를 느끼는 상우는 취한 채로 은수집에 쳐들어가기도 하고, 은수와 다른 남자의 데이트길을 무작정 쫓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식어버린 관계에서 그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건 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그들의 주위에는 벚꽃이 흩날린다. 한때는 함께 있던 공간의 온도까지 올려놓을 듯 뜨거웠던 사랑도 젊음도 봄날처럼 간다고 영화는 이야기하는 듯하다. 15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