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일주
2000년, 감독 제임스 T. 워커 장르 애니메이이션 (워너)
<해저 2만리>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을 대표하는 또 한편의 소설이 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영국인 필리어스 포그와 픽스 형사가 80일 동안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호언장담을 내기로 벌이는 흥미로운 모험담을 그린 . 시대를 앞서는 상상력을 모험적인 이야기로 펼쳐낸 쥘 베른의 이 작품은 이미 극영화와 TV애니메이션 시리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 바 있다. 미국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트위티의 대모험> 역시, 쥘 베른의 소설 를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재각색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대로, 이 작품은 주인공 필리오스 포그와 픽스 형사를 워너브러더스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카나리아 트위티와 고양이 실베스타로 바꿔놓았다.
화창한 런던의 어느 날. 트위티와 함께 공원에 산책을 나온 할머니는 공원이 재정부족으로 폐쇄된다는 공고문을 보게 된다. 이것에 낙담한 할머니는 루니클럽이라는 곳엘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고양이가 세상에서 가장 영리하다고 믿는 심술궂은 장교를 만나게 된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세계 어느 곳에도 고양이를 당해낼 존재란 없다는 것. 이를 반박하던 할머니는 자신의 카나리아 트위티를 믿고, 트위티가 80일 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고양이들과 승부를 겨를 수 있을 것이라는 내기를 건다. 그리고 만일, 트위티가 세계일주에 성공한다면, 그 사례금으로 다시 공원의 문을 열겠다는 약속을 한다.
영화 <트위티의 대모험>은 ‘트위티’라는 캐릭터에 익숙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다. 작품적인 완성도나 이야기 구성을 보자면 엉성하기 이를 데 없다. 원작으로 인용된 쥘 베른의 모험적 상상력은 간데없고, 시종 트위티와 그의 숙적인 고양이 실베스타가 벌이는 아웅다웅 싸움뿐인데, 어찌보면 그것도 <톰과 제리>를 좇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대신 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점은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워너사의 온갖 캐릭터들. 벅스 바니와 대피 덕 그리고 태즈나 포그혼 레그혼 등 친숙한 캐릭터들이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해 각 캐릭터의 개성을 맘껏 분출한다. 온갖 캐릭터들이 한 영화에 한꺼번에 등장해 각자 개성껏 활약을 펼치다 사라지는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이니,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좋을 듯. 동시에 출시되는 이 영화의 DVD판에는 영화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수록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보기 편하도록 한국어로 더빙되어 있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