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파트너
이번주 ‘독립영화관’에서는 프랑스와 싱가포르의 개성있는 단편을 볼 수 있다. 차분한 호흡으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프랑스 단편 <륀>(Lune/ 감독 위베르트 질/ 35mm/ 프랑스/ 2002년)은 륀이라는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다. 사회복지시설은 륀을 엄마에게 떼어내어 새엄마에게 입양시킨다. 낯설어하던 륀은 서서히 새엄마에게 적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의 딸을 간절히 키우고 싶은 친엄마는 륀을 데리고 도망친다. 엄마의 오토바이에 탄 륀은 물끄러미 자신을 아껴주었던 새엄마를 바라본다. 하지만 사회는 친엄마가 륀을 키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륀은 친엄마의 품도 새엄마의 품도 아닌 더 먼 곳으로 입양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옮겨지는 륀의 모습이 애처로우며, 그녀의 연기 역시 놀랍도록 훌륭하다. 과연 륀은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할까? 하지만 륀은 그것을 선택하지 못한다.
<혹 히압 렁>(Hock Hiap Leong/ 감독 로이스톤 탄/ 35mm/ 싱가포르/ 2001년) 역시 매우 독특한 단편이다. ‘혹 히압 렁’은 5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커피숍이다. 곧 헐리게 될 그 공간에 대한 감독의 애정과 추억이 진하게 묻어난다. 내레이션을 통해 공간이 풍기는 정취과 사물, 사람들에 대한 단상을 짧지만 소상히 풀어낸다. 그러다가 갑자기 뮤지컬이 등장한다. 추억이 사무치는 공간에 대한 더없는 경배이다. 경쾌한 리듬 속에 은은한 울림을 주며, 추억이 묻어 있는 어딘가를 떠올리게 만든다(KBS2TV 3월28일(금) 밤 1시15분 방송).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