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것의 따뜻함
<추운 날 죽은 새>(1985년/ 16mm)는 <내일로 흐르는 강>을 만든 박재호 감독의 영화아카데미 시절 단편이다. 초등학생인 아이는 겨울날 길에서 다쳐 날지 못하는 새를 발견한다. 아이는 이 새를 고쳐주기 위해 학교도 가지 않고 거리를 배회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새는 죽어가고 아이는 새를 묻어주려고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이 작품은 여유없고 각박한 세상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새를 안고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표정이 겨울날씨만큼 쓸쓸함을 자아낸다. 단순한 구성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너무 단조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추운 날 이른 아침 자판기 커피나 율무차 한잔이 주는 따뜻함을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주머니에 동전 몇닢밖에 없거나 야외 전철역에 있다면 한잔 생각은 더욱 간절하다. 문상철 감독의 <추운 겨울 일요일 아침 따뜻한 율무차 한잔>(2002년/ 16mm)은 그런 간절함을 유예시키며, 영화적 리듬과 감정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때론 지나치게 작은 것에 큰 만족을 얻는다. 하지만 그 작은 것이 의외로 잘 얻어지지 않을 때 그건 더없는 불행이자 고통이다. 감독은 300원짜리 율무차 한잔으로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래서 작은 것의 소중함을 문득 일깨워준다(KBS2TV 3월21일(금) 밤 1시15분 방송).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