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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여‥ 안녕,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젊은이의 양지>

A Place In the Sun, 1951년감독 조지 스티븐스출연 엘리자베스 테일러EBS 3월23일(일) 낮 2시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젊은이의 양지>를 어린 시절 본 적 있다. 어느 공중파TV에서 본 <젊은이의 양지>는, 무척 공포스런 영화로 기억된다. 주연배우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한때 사랑했던 여성을 살해하기 위해 그녀를 보트에 태운다. 주변은 적막하고 물 위엔 과거의 두 연인이 있다. 어둠이 서서히 내린다. 여자는 남자의 변심을 눈치채지만 여전히 앞날에 대해 희망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쉴새없이 미래의 계획을 털어놓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살인을 계획했던 남자는 우발적인 사고로 목적을 이룬다. 암흑의 보트에서 두 사람이 벌이는 심리적 갈등의 과정은 섬뜩했다. 이것이 사랑?! <젊은이의 양지>는 어느 평자가 “미국인의 꿈에 관한 삼부작”이라 칭한 조지 스티븐스의 영화, 즉 <셰인>과 <자이언트> <젊은이의 양지> 중 한편이다.

<젊은이의 양지>는 원작 <아메리카의 비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연기한 조지 이스트맨은 가난하지만 매력적인 청년이다. 그는 부유한 친척인 찰스 이스트맨이 경영하는 공장에 취직을 부탁하러 온다. 외롭게 지내던 조지는 공장 여직원인 앨리스와 만나 사귄다. 몇달 뒤 찰스의 소개로 사교계에 발을 내디딘 조지는 사교계의 꽃, 안젤라를 만나게 된다. 조지의 아이를 임신한 앨리스는 안젤라와 조지의 관계를 눈치챈 뒤 그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사고로 앨리스는 익사하고 조지는 혼자 살아남는다. <젊은이의 양지>는 어느 청년의 야심과 실패에 관한 기록이다. 단순직 노동자에서 신분상승의 기회를 노리던 조지는 함께 일하는 어느 여성과 눈이 맞는다. 둘은 열렬히 사랑한다. 여기서 조지는 멈추지 않는다. 신문 등의 매체에 얼굴이 실리고 청년들의 꿈속의 여성으로 대접받는 안젤라를 동경하는 것. 이후 영화는 야심만만하고 유약해 보이는 청년이 어떻게 좌절을 겪는지 관찰한다. 원래 사귀던 여성이 ‘협박자’로 돌변하면서 영화는 순간 스릴러로, 그리고 다시 법정드라마로 탈바꿈하면서 <젊은이의 양지>는 차례로 장르를 건너뛴다. 영화에서 앨리스 역의 셜리 윈터스의 연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무기력한 하층민 여성의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연기해낸다. 젊은 시절 한창 아름다움을 뽐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역시 호연하고 있다.

조지 스티븐스 감독은 평이한 장르영화를 잘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는 무게감 있는 대중영화를 만들었는데 <젊은이의 양지>가 좋은 사례로 거론되곤 한다. 영화에선 도입부 연출이 눈에 띄게 매끄럽다. 대저택을 방문하는 조지라는 젊은이의 상황이 상징적인 시각적 구성으로 간결하게 표현되고 있다. 요컨대 그는 어디서나 혼자다. 또 고독해 보인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듯 우수어린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고전적 장르영화를 논할 때, <젊은이의 양지>는 언제나 호명되는 영광을 누릴 것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